[중앙로365] ‘플랫폼 경제’와 부산 뉴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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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래 신라대 무역경제학부 교수

산업혁명은 면공업에서 시작되었지만 완성은 철도의 몫이었다. 철도 붐이 몰고 온 엄청난 철의 수요야말로 기계 산업의 공장화를 촉진한 심대한 힘이었다. 철도의 영향은 산업에 국한되지 않았다. 사람들의 일상생활에도 근본적 혁명을 초래하였다. 유사 이래 처음으로 먼 거리를 떠나는 여행이 일상화되었고, 철도 여행에 대한 로망이 탄생한 것도 그 무렵이었다.

여행을 가기 위해 많은 사람이 철도 역사를 드나들었고, 그 모습은 수많은 문학과 그림의 소재가 되었다. 기차를 타고 내리기 위해 많은 사람이 들락거리던 공간을 ‘플랫폼’이라고 부른 것도 이때부터였다. 많은 사람이 오가면서 그런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장사와 사업도 등장했다. 이른바 ‘플랫폼 경제’의 등장이다.

정보사회 진전에 플랫폼 역할 커져
유라시아 플랫폼 취지 불구 겉돌고
공유대학 플랫폼 참여 대학 늘려야

한국판 뉴딜도 결국 디지털이 핵심
부산형 협력 틀 만드는 것 매우 중요
산·학·관 네트워크 제대로 작동해야

정보사회가 진전되면서 디지털 플랫폼이 경제의 중심이 되고 있다. 철도역처럼 사람들이 많이 들락거리는 가상공간을 선점하고 거기에서 거래와 창업이 이루어지도록 함으로써 성장의 원천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도 몰락을 아쉬워하고 있는 싸이월드는 오늘날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구글이나 페이스북의 출현에 한참 앞선 선구적인 플랫폼이었다.

부산에서도 얼마 전부터 플랫폼이라는 말이 많이 쓰이고 있다. 플랫폼 개념이 적용된 대표적인 공간은 부산역이다. 원래의 플랫폼에 더하여 부산역 앞에는 지난해 ‘유라시아 플랫폼’이 문을 열었다. 광장이 있던 자리에 도시재생 자금을 투입하여 원도심 일대를 재생시키고 창업 밸리 조성 거점으로 활용하겠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공간이다.

원래 광장은 넓게 비워 두어야 하는 공간이다. 그런 곳에 건물을 짓는 것이 못마땅했지만 물리적 플랫폼을 다소 줄이더라도 더 넓은 디지털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취지 때문에 많은 사람이 동의했던 사업이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시점에서의 평가는 실망이다. 유라시아 플랫폼에 창업 밸리를 조성해 원도심 일대를 재생하고 창업자와 투자자, 기업 및 연구기관 등이 협업하는 혁신 창업 클러스터를 만들기로 했던 당초의 기대에서 보면 성적은 낙제점이다.

그런 상황에서 지난달 또 다른 플랫폼 구축 소식을 접했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대면 수업 대신 온라인 수업이 대세가 되는 상황에서 부산시가 공유대학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는 소식이다. 부산형 미래 교육을 위해 지역의 6개 대학과 협약식을 하고 상호협력 프로그램과 콘텐츠를 공동으로 기획하고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모든 것을 개별적으로 해 왔던 기관들이 함께하겠다는 선언만으로도 신선해 보인다. 그런데도 의문과 아쉬움이 남는다. 15개에 이르는 부산의 4년제 대학들이 왜 모두 참여하지 않았는지 그리고 좀 더 사업을 크게 벌여도 좋은데 왜 그림이 작아 보이는지. 사실 부산은 기대를 모았던 올 7월 교육부의 지역혁신 플랫폼 사업에서 탈락하였다. 부산이 다른 시도에 비해 그래도 비교우위를 갖는 것이 대학인데, 대학을 중심으로 한 플랫폼 사업에서 부산은 선정되지 못하였다.

유라시아 플랫폼이 겉돌고 있고 기대를 모았던 교육부의 지역혁신 플랫폼에서 탈락한 원인은 무엇일까. 두 개의 사업을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는 없지만, 플랫폼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필요한 어떤 공통 요인이 결핍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요인을 거론할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플랫폼을 밀고 나갈 네트워크가 만들어져 있지 않은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산·학·관의 협력을 토대로 하는 네트워크는 지역혁신 플랫폼들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중요한 조건인데, 부산은 산·학·관 네트워크 구축이 매우 약한 도시이다. 행정부의 리더십이 원래부터 약하였고, 기관 간에 제대로 협력해 본 전통도 없다. 시장을 선도하는 큰 기업도 없고, 대학은 산·관과 밀접한 연계를 하는데 관심을 별로 두지 않았다.

마침 정부에서는 코로나 대응을 위해 한국판 뉴딜을 계획하고 있고, 그 핵심에 디지털이 자리하고 있다. 지역에서도 뉴딜의 이름으로 숙원 사업들이 빠르게 진행될 것이 예상된다. 부산 뉴딜의 이름으로는 북항재개발과 신공항 그리고 경부선 지하화 등의 굵직한 사업들이 거론되고 있다.

숙원 사업들을 뉴딜의 이름으로 해결하는 것은 좋지만 이 또한 궁극적으로는 디지털의 옷을 입어야 하고 플랫폼으로 마무리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부산 뉴딜에서 정말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앞으로 곳곳에서 만들어질 플랫폼을 밀고 나갈 부산형 협력 틀을 만드는 것이다. 산·학·관이 부산의 미래를 위해 함께 힘을 모으고 머리를 맞대는 혁신적인 틀을 구축하지 않는다면 어떠한 숙원 사업들도 그저 그런 익숙한 결과로 끝나 버리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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