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데뷔' 박정배 감독이 전한 부산서 만든 영화 ‘도굴’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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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무덤 기장 옛 도예촌에 재현했어요"

8일 기준 박스 오피스 정상을 달리고 있는 영화 ‘도굴’에는 흙 맛으로 유물의 위치를 척척 알아내는 ‘천재 도굴꾼’이 나온다. 그가 주로 활동하는 구불구불한 ‘땅속’ 세계와 널따란 ‘지상’ 세계엔 흥미로운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부산 곳곳에서 촬영한 장면이라는 것. 기장 옛 도예촌 부지와 부산항 연안여객터미널, 엠에스페리 뉴스타호 등 부산 정경을 영화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도굴’을 들고 영화마을 나들이에 나선 박정배 감독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카페에서 만났다.


멋진 풍광에 부산 촬영 더 늘려

도굴꾼 통해 문화재 관심 조명


영화 ‘도굴’의 한 장면.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도굴’의 한 장면.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당초 계획보다 더 많은 장면을 부산에서 촬영했어요. 시원한 바다와 어우러진 멋진 풍광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죠.”

박정배(44) 감독의 부산 사랑은 특별하다. 1994년 영화 ‘하몽하몽 서울’의 조연출로 충무로와 인연을 맺은 뒤 다수의 영화 제작에 참여해 부산을 찾았다. 감독은 첫 장편 데뷔작인 ‘도굴’에도 부산의 낮과 밤을 곳곳에 담았다. 박 감독은 “이번 작품의 중요한 비밀 공간도 부산에서 촬영했다”고 했다.

박 감독은 ‘도가니’ ‘수상한 그녀’ 등에서 조감독을 맡아 내공을 쌓은 영화인이다. 26년 만에 처음 연출을 맡은 ‘도굴’을 속도감 있고 재미나게 풀어낸다. 감독은 “관객들이 어떻게 봐 주실지 긴장되고 걱정이 돼 요즘 밥도 잘 못 먹는다”며 “시대에 맞는 개그 코드와 흥미 요소를 작품에 유연하게 녹이려고 했다”고 말했다.

스크린 속 땅굴 세계는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박 감독은 “현실감을 살리기 위해 땅굴을 사람 한 명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폭으로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다”고 밝혔다. 박 감독은 작품의 주요 배경인 이곳을 부산 영화 촬영 스튜디오와 파주 세트장에서 각각 찍었다. 기본적인 땅굴 세트는 부산에, 수조 세트가 필요한 장면 촬영은 파주에 설치해 촬영을 진행했다. 고구려 고분 벽화나 노래방 신, 부두 위 장면과 영화 속 주요 비밀 공간은 부산에서 촬영했다. 영화의 주요 공간인 ‘선릉’도 기장 옛 도예촌 부지에 80% 크기로 재현했다.

박 감독은 “지난해 한 달 넘게 부산에서 촬영했다”고 했다. 덕분에 엠에스페리 뉴스타호와 부산항 연안여객터미널,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과 그 뒤로 펼쳐지는 시원한 부산 바다를 스크린에 가득 담을 수 있었다.

영화는 도굴꾼들의 여정을 통해 우리 문화재에 대한 관심을 자연스럽게 불러일으킨다. 해외와 국내 곳곳에 퍼져 있는 문화재를 조명한다는 점에서 사회·문화적으로 시사하는 바도 있다. 감독은 “문화재를 중심 소재로 한 내용이라 도서관에 가서 신문 스크랩을 찾아보고, 문화재청 담당 형사분도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극 중 등장하는 ‘고구려 고분 벽화’ 이야기는 실제 있었던 이야기를 각색해 녹인 것”이라고 했다.

극 중 ‘동구’를 연기한 이제훈의 연기에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감독은 “이제훈 배우가 특유의 묵직한 내면을 조금 덜어내고 캐주얼한 면모를 보여 줄 거란 확신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촬영을 시작하기 전엔 배우 팔에 근육이 많았다”면서 “동구와 외적으로 약간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더니 한 달 만에 근육을 빼고 나타났다. 정말 놀라웠다”고 했다. “말하면 다 되는 배우예요. 기대 이상의 것을 보여 주더라고요.”

감독에게 부산은 ‘제2의 고향’이나 마찬가지다. 그는 “고등학교 1학년 때 부산을 처음 찾은 뒤 매년 꾸준히 찾고 있다”고 했다. 앞으로 부산이 배경인 작품도 찍고 싶단다. “부산은 영화 찍기 좋은 도시에요. 갈 때마다 활력이 돋아서 자주 찾으려고 하죠. 앞으로 로맨스 영화나 SF 장르도 해 보고 싶어요. 언젠가 꼭 부산이 배경인 영화도 만들어 보고 싶고요.(웃음)”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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