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위기 옛 해운대역 팔각정, 공원으로 보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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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유일한 팔각정 모양 기차역 건물인 옛 해운대역사. 부산일보DB

철거와 보존을 놓고 갈등을 빚어 왔던 국내 유일의 팔각정 형태 ‘옛 해운대역사’(부산일보 5월 19일 자 11면 등 보도)가 보존된다. 팔각정을 둘러싸는 형태로 도심 공원이 조성될 계획으로, 이 공원이 구남로와 해리단길을 중심에서 연결하는 ‘시민 광장’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구청, ‘존치’ 공원 계획안 마련
이달 도시공원위원회 통과 예상
지붕과 기둥 등 그대로 존치
해리단길~구남로 연결 축 기대

10일 부산 해운대구는 “이달 예정된 부산시 도시공원위원회에 팔각정 존치 내용을 담은 공원조성계획안을 올릴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달 19일 시 도시공원위원회 심의에서 공원화 계획안이 통과될 경우 공원 조성 사업이 시 차원으로 본격 추진된다.

해운대구가 팔각정 보존 내용을 담은 공원화 계획안을 마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구는 팔각정 철거 내용이 담긴 공원화 계획을 내놨다가 지역 사회 반발로 무산됐다. 올 초 위원회 자문 절차에서도 전문위원 대부분이 역사성과 도시 재생적 측면에서 팔각정 보존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이후 여러 차례의 논의 테이블과 전문가 자문 의견을 통해 팔각정을 보존하는 쪽으로 공원화 계획을 변경하게 된 것이다.

이번에 구가 내세운 공원화 계획의 요점은 팔각정 지붕과 기둥 구조물을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다. 팔각정 역사 옆으로 뻗은 콘크리트 구조물은 일부 제거되지만, 팔각정 지붕은 온전히 제모습을 유지한다. 특히 팔각정 지붕 아래로 사람들이 다닐 수 있도록 통로를 뚫어 해리단길과 구남로를 연결한다는 게 핵심이다. 이 계획으로 팔각정을 중심으로 한 시민 통로와 광장 형태의 도심 공원을 조성한다는 것이 해운대구 의견이다.

그동안 옛 해운대역사 뒤쪽에 위치한 주민들은 역사 건물로 인해 해리단길과 구남로가 단절됐다는 주장했고, 구는 이 주장을 수용해 시민 통로를 만들었다. 현재까지 역사 건물은 기능을 잃은 채 해리단길과 구남로를 가로막고 있다. ‘연결성’을 강조한 이번 공원화 계획은 시민 사회 갈등을 통합했다는 점과 함께 해리단길과 구남로를 잇는 통로를 활짝 열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박승문 해운대구 우1동 주민자치위원장은 “해운대구가 시민 사회 이견을 조율해 접점을 찾은 공원조성계획으로 해리단길과 구남로를 잇는 길이 트일 것으로 기대한다”며 “공원화 사업이 이른 시일 내 추진돼 새로운 녹지공간이 생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해당 공원화 계획안이 심의위를 통과하면 해당 부지를 소유한 한국철도공사 측에 대한 시 차원의 부지 보상 등이 남아 있다. 이후 공원화 사업 추진은 시에서 관할한다. 구는 이번 계획안이 위원회에서도 큰 공감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선 위원회 자문에 따른 팔각정 존치와 시민을 위한 공원 조성, 녹지 공간 확보 등 내용이 대부분 충족되기 때문이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옛 해운대역사의 팔각정 존치 여부는 오랫동안 시민 사회 갈등을 불렀던 예민한 사안이었다. 지속적인 의견 수렴과 자문 의견 반영 등을 통해 접점을 찾아 이번 공원화 계획을 수립했다”며 “공원조성계획이 이달 심의위에서 통과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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