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철로에 매달린 휠체어 노인, 몸 던져 구조한 환경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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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 철로에 반쯤 빠진 채 필사적으로 펜스를 붙잡고 있던 노인을 구하려 몸을 내던진 역사 환경미화원이 시민의 가슴을 울렸다.

16일 한국철도공사가 운영하는 동해선 센텀역에 따르면, 15일 오후 1시 30분께 70대 노인 A 씨의 전동휠체어가 센텀역 열차 승강장과 철로 사이 턱에 걸쳐졌다. 당시 A 씨의 몸과 휠체어는 절반 이상 철로 쪽으로 튀어나온 상태였고, 몇 분 후면 새마을호 열차가 도착할 시간이었다. A 씨는 건너편 철로에 도착한 열차를 본인이 탈 열차로 잘못 알고 전동휠체어를 움직였다 사고를 당했다. 승강장 턱에 걸쳐진 A 씨는 철로 아래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한손으로 안전 펜스를 잡고 버티고 있었다. 당시 CCTV 영상에 의하면 70대의 A 씨는 필사적으로 펜스를 붙들고 있었으며, 온몸이 떨리고 있었다.

센텀역서 휠체어 빠져 추락 직전
청소하다 뛰어가 필사적으로 구해
구조 직후 열차 도착 아찔했던 순간
60대 김연미 씨 “해야할 일 했을 뿐”

그때 센텀역 환경미화원 김연미(사진·64) 씨가 나섰다. 당시 승강장 청소를 하고 있던 김 씨는 걸레와 장갑을 내던지고 A 씨를 향해 달려갔다. A 씨는 한 손으로 노인의 몸을 잡고 다른 손으로 전동휠체어 손잡이를 잡은 채 휠체어를 승강장 턱에서 빼내기 위해 약 10초간 애를 썼다. 김 씨 도움으로 결국 A 씨는 무사히 구조됐다. A 씨가 김 씨 덕분에 구조된 이후 열차가 도착했다. 아찔한 순간이었다.

김 씨는 “대걸레로 승강장 청소를 하던 중 한 노인이 탄 전동휠체어가 아무것도 없는 철로 쪽으로 빠르게 직진하고 있었다”며 “대걸레를 내팽개치고 노인을 향해 달려갔다. 몸이 먼저 반응했던 것 같다. 위험에 빠진 노인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구조 직후 김 씨는 놀란 A 씨의 곁을 지켰다. A 씨를 역사 직원에게 인계한 뒤 김 씨는 청소를 하기 위해 자리를 떴다. 다행히 A 씨는 다친 곳 없이 열차를 타고 목적지로 향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 있던 시민들은 김 씨의 용기 있는 행동에 찬사를 보냈다. 김 씨가 청소용품을 던져 두고 달려가는 모습에 눈물을 훔친 시민도 있었다. 당시 승강장에 있던 한 시민은 “나이가 적지 않아 보이는 미화원이 노인을 구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뛰어갔다. 누구라도 망설였을 텐데 몸을 내던지듯 달려가서 도와주는 모습에 감동받았다”며 “청소 업무 등으로 몸이 힘들 텐데도 노인을 구하는 모습을 보고 감사한 마음과 미안한 마음에 울컥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고 누구라도 그랬을 것이라고 말한다. 김 씨는 “다른 시민이 노인을 먼저 봤더라면 누구든 A 씨를 구하기 위해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라며 “환경미화원 업무로 시민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면서 보람을 느껴 왔는데, A 씨가 다친 곳이 없이 목적지로 향했다고 하니 더욱 보람차다”고 말했다.

김 씨는 센텀역에서만 3년을 근무했다. 역사 직원들 사이에 김 씨는 ‘따뜻한 사람’으로 통한다. 센텀역 이진행 역장은 “김 씨는 항상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감사한 분이다. 모든 직원이 알고 있을 만큼 성실하고 정이 많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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