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고려로 김해신공항 백지화?…절차·논리적 정당성 확보한 결정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이제 가덕신공항이다] 검증위 결정에 ‘몽니’ 수도권과 TK

정세균(맨 오른쪽) 국무총리가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김해신공항 검증 후속 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정세균(맨 오른쪽) 국무총리가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김해신공항 검증 후속 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정부의 17일 김해신공항 백지화 결정에 대해 제기되는 일부 수도권 언론의 비판이 터무니없다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일부 수도권 언론의 비판 요지는 “정부 정책을 부산시장 선거 때문에 손바닥 뒤집듯 바꿨다”는 것이다. 아무런 문제가 없는 정책이 순전히 정치적 고려 때문에 정당한 근거 없이 뒤바뀌었다는 건데, 이는 이번 결정이 나오기까지의 지난했던 과정에 대한 몰이해가 낳은 일방적인 주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16년 박근혜정부 ‘김해공항 확장안’

안전성·확장성 담보 못 한 미봉책

김해신공항 검증위 구성·논의 과정에

TK 인사 참여, ‘결과 승복’ 전제 깔려

내년 보궐선거 누구도 예상 못 한 일



지난 정부가 2016년 동남권신공항 입지 선정 과정에서 당초 후보지인 가덕도도 밀양도 아닌 ‘김해공항 확장안’을 선택한 것은 지역 간 첨예한 대립이 부른 일종의 미봉책이라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안전성도, 확장성도 담보할 수 없는 김해신공항 안에 대해 동북아 물류중심도시라는 부산의 백년대계를 위해서는 수용할 수 없다는 물밑 기류가 당시 적지 않았다.

이에 따라 2018년 지방선거 이후 부산이 다시 가덕신공항의 기치를 들면서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김해신공항의 문제점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이었다. 특히 2016년까지 신공항에 대한 입장이 달랐던 부산·울산·경남은 동남권 전체의 동반성장을 위해서는 한계가 뚜렷한 김해신공항을 그대로 추진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에 공감하면서 동남권 관문공항 검증단을 함께 꾸렸다.

부울경 검증단이 지난해 4월 발표한 300쪽의 검증 보고서에는 국토교통부의 김해신공항 계획안이 동남권 관문공항으로 불가능한 이유가 조목조목 담겨 있다. 당시 보고서에서 지적된 V자 신설 활주로의 진입표면에 저촉되는 임호산, 경운산 등의 존치로 인한 공항시설법 위반 여부, 소음영향 가구의 축소 문제 등은 이번 국무총리실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의 최종결과 발표에도 고스란히 인용됐다.

부울경은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에도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부울경이 국무총리실 산하의 검증위원회 구성을 제안한 것은 부울경 검증단의 분석이 지역에 편향된 일방적인 시각이 아니라 객관적인 타당성을 갖췄다는 점을 제3자의 관점에서 증명하기 위함이었다. 동남권 관문공항을 대선공약으로 제시하고도 ‘정책 뒤집기’ 부담 때문에 객관적 거리를 유지하던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2월 총리실 검증위 구성을 수용할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구성된 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에는 대구·경북을 비롯한 영남권 5개 시·도가 모두 참여했고, 5개 시·도는 특정 지역과 관련이 있다고 여기는 전문가들에 대해서는 제척 권한을 행사했다. 게다가 TK는 검증위 사전회의에 참석한 것은 물론 검증위에서 자신들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권리도 있었다. 부산시 관계자는 “검증위 구성과 논의 과정에 (TK가)참여한 것은 사실상 검증 결과에 승복한다는 전제가 깔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권영진 대구시장은 전날 김해신공항 백지화 움직임이 가시화되자 “천인공노할 일”이라며 격하게 반발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전재수(부산 북강서갑) 의원은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의 입지가 선정되고 민간공항 이전을 위한 사전타당성 검토까지 착수한 마당에 부울경 800만 시·도민들을 향해 이렇게 거친 언사를 쏟아붓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렇게 어렵사리 구성된 검증위는 11개월의 검증 작업을 통해 김해신공항은 동남권 관문공항으로 적절치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런 과정을 무시한 채 올 4월 발생한 보궐선거라는 돌발변수와 연계해 이번 결정을 정치적 판단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고추 말리는 지방공항’이라는 낡디낡은 이미지에 매몰된 수도권 특유의 지방 폄하 의식이 발동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민주당 수석대변인인 최인호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1년 6개월 전 검증을 시작할 때, 누가 내년에 보궐선거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 했을까요”라고 반문하면서 “김해신공항 백지화는 그동안 진행해 온 검증결과를 발표하는 것으로 선거와는 무관하다”고 일축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