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한진重 셀프매각’ 논란에 “지역경제 타격” 불안감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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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 매각과 관련 KDB산업은행의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로의 매각 가능성을 두고 지역사회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전경. 부산일보DB

KDB산업은행 주도로 매각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한진중공업을 둘러싸고 지역 사회에서 산은의 ‘셀프 매각’을 의심하며 부산 최대 조선소가 명맥을 이어가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매각 주관사인 산은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가 최근 진행된 예비입찰에 참여, 한진중공업 인수 가능성이 생기면서 과연 이 회사가 조선업을 유지할지에 의구심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인수유력 KDB인베스트먼트
산업은행 자산정리 자회사
부산 최대조선소 존속 불투명
부지 개발이익만 눈독 우려에
市·시민단체 견제 목소리

한진중공업 매각과 관련, 산은이 매각을 ‘깜깜이’로 진행하는 탓에 외부로 정확한 정보가 흘러나오지 않지만 지난달 26일 진행된 예비입찰에는 KDB인베스트먼트를 비롯해 모두 7곳이 컨소시엄 등의 형태로 입찰 제안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지금까지 알려진 예비입찰 참여자들이 사모펀드, 신탁사, 해운사 뿐으로 조선업 관련 기업이 없다는 점이다. 이들 대부분이 한진중공업이 보유한 영도조선소 부지 개발이익을 보고 인수전에 뛰어들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런 가운데 산은 자회사로 자금력을 지닌 KDB인베스트먼트가 한진중공업 유력 인수 후보로 떠오르면서 지역 사회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회사는 산은이 구조조정 자산 정리 목적으로 설립한 자회사로 대우건설만을 전담하고 있다.

KDB인베스트먼트가 최종 인수하게 된다면 사실상 산은에서 자회사로 최대 주주만 바뀔 뿐이어서 셀프 매각 논란을 피할 수 없다. 두 회사가 법적으로 분리돼 있다고는 하나 KDB인베스트먼트란 회사는 자금 등 지원을 산은에 기댈 수밖에 없어 최대주주만 산은에서 자회사로 바뀌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민간 기업이라면 계열사 부당 지원으로 공정위 제재를 받을 수 있는 사안으로 공정성 논란이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KDB인베스트먼트 내부 사정이나 역량 등을 감안하면 사정은 더 암울하다. KDB인베트스먼트가 조선업을 잘 모르는데다 현재 맡고 있는 유일한 회사가 대우건설이라는 점에서 언제든 영도조선소 부지 개발 이익에 눈독을 들일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 때문이다.

지역에서는 이런 상황을 우려, 한진중공업 인수자가 조선업을 유지할 수 있는 곳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부산시가 지난달 정부 관계부처와 산은 등에 한진중공업의 조선업 존속을 요청하는 건의문을 보낸 데 이어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들도 최근 사모펀드의 한진중공업 인수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는 한진중공업이 국내 조선업계에 가지는 의미는 물론 고용, 전·후방 업계 영향력 등 지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는 점 때문이다.

지역 경제계 한 인사는 “한진중공업이 부산에서 차지하는 의미와 비중을 무시한 채 자본 논리에만 매몰돼 매각이 진행될 경우 지역 경제 위축이라는 불행한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전에 시민사회 등의 격렬한 저항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현재 한진중공업 매각은 산은이 입찰 제안서를 낸 업체를 대상으로 실사를 진행 중인 상황이며 연내 우선협상자 선정, 내년 초 본계약 체결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김영한 기자 kim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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