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만 쓰는 건 역차별” VS “성폭행 미수 얼마 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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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부산대 女기숙사 남녀 공용 전환

“위치 좋고 시설 좋은 기숙사, 같이 써야지!” “성폭행 미수 사건 불과 1년 남짓… 범죄 우려 어쩌라고!”

부산대 여학생 전용 기숙사를 남녀 공용으로 사용하자는 민원이 남학생을 중심으로 수 년째 제기되자 결국 총학생회가 총대를 멨다. 기숙사 성폭행 미수 사건이 일어난 지 1년 남짓한 시점에서 공용 사용은 불안감을 야기할 수 있다는 입장과 시설 좋은 기숙사를 여학생만 사용하는 건 옳지 않다는 입장이 엇갈리자 전교생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에 나선 것.

신축에다 접근성 좋은 ‘자유관’
공용 여부 싸고 총학생회 설문


부산대 총학생회는 지난달 27일부터 30일까지 부산캠퍼스 여학생 전용 기숙사인 ‘자유관’ 남녀 공동 사용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자유관은 부산대 유일 여성전용 기숙사로 2016년까지 30년간 여성 전용(588명 수용)으로 사용되다가 임대형 민자사업(BTL) 방식으로 재건축돼 2018년 2학기 다시 문을 열었다.

그러나 재건축 이후 자유관을 여학생만 사용하는 건 역차별이라는 민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남성 전용 기숙사인 ‘진리관’과 ‘웅비관’은 시설도 낡은 데다 가뜩이나 가파른 부산캠퍼스 안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반면 자유관은 신축 건물에다 교문 근처에 위치해 접근성도 좋다. 남녀 공동 사용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동일한 등록금을 내는 상황에서 남학생만 열악한 기숙사를 쓰는 건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자유관을 공용으로 사용하면 범죄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반발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2018년 12월 학부 재학생이 자유관에 침입해 계단에서 만난 여학생을 입을 틀어막고 성폭행하려 한 사건이 있었고, 그 후 3개월 뒤 또다시 자유관 통제 구역에 대학원생이 침입하는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남녀 공용 사용이 이루어지면 여학생 입장에서는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고, 불법촬영카메라 등에 대한 확인 비용은 다 여학생들이 부담해야 한다”라고 반발하고 있다.

기숙사 관리를 담당하는 대학생활원 측에서는 이미 학생회를 통해 “설계·예산 문제로 자유관 남녀 공용사용은 불가하다”라는 답변을 전한 상태다. 현재 총학생회 측은 설문 조사를 마치고 결과를 분석 중이다. 부산대 이예승 부학생회장은 “더 많은 학생의 의견이 관철될 수 있도록 학교를 설득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혜랑 기자 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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