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높이뛰기 한국신 17회’ 한국 육상의 큰 별 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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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높이뛰기 전설’ 홍상표 별세

9일 별세한 부산체육계 원로 홍상표 전 부산시체육회 사무처장이 현역 시절 장대높이뛰기 경기에 나서 도약하는 모습(왼쪽). 2019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100회 전국체육대회 개회식에서 고인이 성화 최종주자로 나서고 있다. 부산일보DB·연합뉴스

부산 체육계의 큰 별이 떨어졌다.

부산체육의 원로인 홍상표 전 부산시체육회 사무처장이 9일 오전 별세했다. 향년 77세. 빈소는 부산 부산진구 범천동 시민장례식장. 발인은 11일 오전. 장지는 김해공원묘원. 유족으로는 배우자 김경자 씨와 두 아들 성하, 성인 씨가 있다.

홍 전 처장은 전국체전 13연패를 달성하는 등 장대높이뛰기에서 역대 우리나라 최고 선수였으며, 부산 체육 최고 행정가로도 명성을 높였다. 김해농고에서 장대높이뛰기를 시작한 홍 전 처장은 1963년 제44회 전국체전에서 처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 56회 대회 때까지 13년 동안 전국체전에서 연거푸 우승하며 국내에서 천하무적 기량을 자랑했다.

전국체전 13연패·AG 2연속 동
대나무 잘라 대회 출전하기도
“역대 최고 장대높이뛰기 선수”
은퇴 후 최고 체육행정가 변신
부산시체육회 사무처장 등 역임
“부산 체육 중심 지킨 산증인”

홍 전 처장이 장대높이뛰기를 시작할 때에는 우리나라에 지도자가 거의 없었다. 그래서 일본에서 육상 전문서적이나 육상 잡지를 구해 기술을 공부했다. 제대로 된 장대가 없어 숲에서 대나무를 잘라 장대로 만들어 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이런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홍 전 처장은 한국기록을 17번이나 갈아치웠다. 그는 1965년 진해에서 열린 제20회 경남육상선수권대회에서 3m80으로 비공인 한국신기록을 세우고 같은 해 10월 광주에서 열린 전국체육대회에서 3m86을 뛰어넘어 26년 만에 공인 한국신기록을 세웠다. 마지막 최고기록은 4m72.

홍 전 처장은 이 같은 공적을 인정받아 1970년 우리나라 운동선수로서는 처음으로 대한체육회 지원을 받아 일본 와세다대학에서 6개월 동안 유학했다. 1965~1966년에는 대한체육회 체육대상 우수선수상, 1967년에는 부산문화상 체육상을 받았다.

이재홍 부산육상연맹 부회장 겸 BNK부산은행 감독은 “항상 책을 들고 다니며 공부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독학으로 일본어를 배워 육상 전문서적을 늘 탐독했다. 이렇게 해서 배운 기술과 체육심리를 후배들에게 가르치기도 했다”고 말했다.

1975년 은퇴한 홍 전 처장은 1981년 부산육상연맹 전무가 돼 본격적인 체육 행정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이듬해에는 사상 최연소인 38세의 나이로 부산시체육회 사무처장이 돼 14년 동안 부산시체육회를 지휘했다. 2002년에는 부산아시안게임조직위원회 경기본부장을 맡았다.

2010년에는 우리나라 최초로 국제장대높이뛰기 대회를 만들어 용두산 공원에서 개최하기도 했다. 이 대회는 지난해까지 이어졌고,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열리지 않았다.

홍 전 처장은 전국체육대회 13연패라는 신화를 인정받아 2019년 서울에서 열린 제100회 전국체육대회에서는 2002년 한일 월드컵 축구대회 4강의 주인공 박지성 등과 함께 성화 최종주자로 나서는 영광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김동준 부산시체육회 사무처장은 “부산체육이 어렵고 힘들 때 늘 희망을 준 원로였다. 1988년 서울올림픽부터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까지 부산체육의 중심을 지킨 체육인이었다. 부산체육 역사의 산증인이었다”며 안타까워했다.

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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