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펜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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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드라마 ‘펜트하우스’의 인기가 대단하다. 시청률 10%도 얻기 힘들다는 요즘 드라마 판에서 무려 20%를 가볍게 넘더니 매회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아마도 대한민국에서 뜨거운 화두로 꼽히는 ‘교육’ ‘부동산’에 치정, 복수까지 잘 버무리니 시청자들을 안방극장으로 모으는 데 성공한 듯하다.

드라마 속 인물들의 서열은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층수로 결정된다. 100층 펜트하우스에 사는 주인공들은 단연 이 곳의 왕과 왕비이다. 30층대에 막 입성한 인물은 자신의 라이벌이 사는 60층대로 꼭 올라가겠다고 단단히 벼른다.

현실도 드라마와 크게 다르지 않다. 펜트하우스로 불리는 아파트 꼭대기층, 호텔의 꼭대기 층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이다. 새로 건립된 아파트의 펜트하우스 분양가는 늘 관심의 대상이며 비싼 가격에도 호텔 펜트하우스 패키지는 여전히 잘 팔리고 있다.

사실 펜트하우스가 지금처럼 부의 상징이 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중세시대에도 펜트하우스 개념인 성의 꼭대기 층, 건물 맨 위 설치된 부속 건물이 있었고 당시 징벌의 방, 감금의 방으로 쓰였다. 동화나 영화 속 착한 공주, 불쌍한 주인공이 마녀 혹은 나쁜 이들의 계략으로 감금당하는 곳이 바로 펜트하우스이다.

20세기 초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1912년 일간지 <뉴욕 선>을 보면, 미국 뉴욕 맨해튼의 펜트하우스를 ‘하인이 사는 곳’으로 묘사했다.

그러나 엘리베이터의 발명은 다락방 신세였던 펜트하우스에 화려한 변신을 선물했다. 꼭대기 층까지 올라가는 수고로움을 해결했고, 보안시스템이 발달하며 아무나 들어가지 못하는 공간이 주는 우월감까지 느끼게 해 준다.

“펜트하우스에서 내려다보면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내가 그 공간을 소유하고 있다고 착각하게 된다. 공간에 대한 권력을 느끼는 것이다. 자기는 안 보여주면서 다른 사람들을 볼 수 있다는 일종의 관음증적 현상이기도 하다.”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유현준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교수는 펜트하우스에 대한 선호를 이렇게 해석했다.

이런 이유로 높은 위치의 전망을 극대화할 수 있는 큰 창문이 펜트하우스 건축에서 필수적인 요소라고 한다. 뉴욕의 펜트하우스들이 복층구조를 많이 선택한 것도 층고가 높아 더 큰 창문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김효정 라이프부장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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