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구 ‘꿈꾸는 예술터’ 구의회 제동, 꿈으로 사라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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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북구청이 추진 중인 청소년 전용 예술교육공간 ‘꿈꾸는 예술터’가 북구의회의 제동에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구 예산 부담과 주민 여론을 이유로 북구의회는 반대하고 있지만, 이미 확보한 국·시비 수십억 원을 고스란히 날릴 수 있어 의회의 ‘무리한 발목잡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북구청은 9일 “제245회 북구의회 제2차 정례회 의원총회에서 문화예술교육전용시설 ‘꿈꾸는예술터(이하 꿈터)’ 조성사업이 부결됐다”고 밝혔다.

지역 주민 원하는 시설 아니고
구비 과다 이유로 예산 삭감
확보한 국·시비 26억 반납 우려
문화계 “북구에 꼭 필요한 시설”

꿈터는 지역에 방치된 유휴 부지를 활용해 아동·청소년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공간으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공모사업으로, 북구 옛 환경공단 부울경지부 건물에 연면적 1319㎡ 규모로 추진될 예정이었다. 사업에는 국비 10억 원, 시비 16억 원, 구비 51억 원이 투입된다.

그러나 북구의회는 8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꿈터 사업 구비 예산에 대한 삭감을 결정했다. 북구의회는 의원총회 찬반투표 결과를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과반 이상이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구의회는 ‘꿈터가 지역 주민이 요구하는 시설이 아니며, 구비가 과도하게 투입돼 구 재정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북구의회 의원은 “이 시설은 덕천1동 주민이 원하는 시설이 아니다. 아무리 공모사업이지만 재정도 부족한 북구청에 수십억 원은 무리다. 30년이 훌쩍 넘은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사업에 35억 이상의 예산은 과도하다는 게 의원들의 판단”이라고 전했다.

오는 11일 본회의에서 사업 무산이 최종 결정될 예정이지만, 최악의 경우 이미 확보한 국비와 시비를 반납할 수도 있다. 북구청은 추후 다른 사업 예산 확보에도 나쁜 선례로 남게 될 것을 우려했다.

정명희 북구청장은 “1년간 힘들게 준비해 예산을 확보했는데 구의회가 제동을 하는 건 초유의 일이다”면서 “꿈터는 문화 불모지인 북구에 문화의 숨결을 불어 넣을 절호의 기회였는데 사업이 좌초되면 문체부에서 앞으로 우리와 사업을 하려고 할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지역 문화계에서도 북구의회의 결정이 근시안적인 처사라고 비판했다. 북구는 인구가 28만 명으로 부산 16개 구·군 중 4번째로 인구가 많지만 문화기반시설이 부족한 ‘문화의 불모지’로 불려왔다. 차재근 예술인 권익센터장은 “북구의회는 청소년 예술공간 대신 추진이 될지도 모르는 수영장을 고집하며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다”면서 “국비와 시비까지 확보한 사업인데 좌초될 위기에 봉착했다니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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