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 884 >8은 ‘에이트’

이진원 기자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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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원 교열부장

외래어는 한국어다.

그게 무슨 말이냐며 이상해할 독자도 있겠지만, 사실이다.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표준사전)을 보자.

*외래어: 외국에서 들어온 말로 국어에서 널리 쓰이는 단어. 버스, 컴퓨터, 피아노 따위가 있다. =들온말, 전래어, 차용어.

그럼 외국어와 뭐가 다르냐고? 외래어-외국어 차이를 아주 쉽게 얘기하자면, 국어사전에 오르면 외래어, 그렇지 않으면 외국어라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외래어는 국어사전에 올랐으니 한국어인 것. 그러니, ‘밀크’는 외국어이지만 ‘밀크셰이크’는 우리말이 된다. 우리말에는 이 밖에도 ‘한자어(우유)’와 ‘고유어(소젖)’가 있다. 외래어는 한국어이므로 우리말 표기법에 따라 적어야 한다. 국어 어문 규정 가운데 ‘외래어 표기법’이 있는 이유다.

"하나의 백신으로 어떤 타입의 바이러스일지라도 모두 커버할 수 있는 광범위한 효능을 가진 '유니버셜 백신' 개념이 중요해졌다."

해서, 여기에 나온 ‘유니버셜’은 ‘유니버설(universal)’로 적어야 한다. 표기법이 그렇다.

“…에잇 나인 텐!”

권투경기에서 심판은 이렇게 숫자를 센다. 표준사전을 보자.

*에이트(eight): ①조정 경기에서, 여덟 사람이 젓는 경기용 보트. ②럭비에서, 전위(前衛) 여덟 사람이 스크럼을 짜는 일. ③피겨 스케이팅에서, 얼음판을 ‘8’ 자 모양으로 지치는 동작.

이 뜻풀이에서 두 가지를 알 수 있다. 첫째, ‘에잇’은 ‘에이트’라야 한다는 것. 둘째, 권투 심판이 말하는 ‘에잇(에이트)’은 아직 외래어가 아닌 외국어라는 것. 우리말로 ‘에잇’은 ‘비위에 거슬려 불쾌할 때 내는 소리’일 뿐이다.

이렇게 외래어는 표기법에 따라 써야 하지만, 제때제때 정비를 해야 혼란을 피할 수 있다. 아래는 국립국어원이 운영하는 개방형 국어사전 〈우리말샘〉 뜻풀이.

*볼리우드(Bollywood): 인도 뭄바이 지역의 영화 산업을 이르는 말. ⇒규범 표기는 미확정이다.

흔히 뭄바이 지역에서 만든 영화, 혹은 의미를 확장해서 인도 영화까지 ‘볼리우드 영화’라고들 했지만, 이제는 이 표현에 문제가 있다. ‘봄베이(Bombay)+할리우드(Hollywood)’를 줄여 ‘볼리우드’라는 말을 만들었는데, 식민지 시절에 영국이 바꾼 이름 ‘봄베이’를 1995년 인도가 ‘뭄바이(Mumbai)’로 되돌렸기 때문. 볼리우드는 허공에 뜬 이름이 돼 버린 것이다. 그러니 이젠 ‘몰리우드’나 ‘물리우드’로 불러야 할 판인데….

jinwoni@busan.com


이진원 기자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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