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망어선 ‘오징어 TAC’ 입법 예고, 업계 미묘한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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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허용어획량>

부산 기장군 대변항의 오징어 건조작업. 부산일보DB

자망어선의 오징어 총허용어획량(TAC) 적용이 입법 예고됐다. 그동안 규제 밖에서 조업을 하던 자망어선을 규제할 수 있는 명분은 얻었지만, 기존 오징어잡이 어선들의 어획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 갈등도 예상된다.

해양수산부는 “자망어선의 오징어잡이에 대해 TAC를 적용하겠다는 입법예고를 했고, 이에 대한 관련 업계에 의견을 15일까지 들을 예정”이라고 13일 밝혔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와 관련된 설명회도 진행됐지만 현재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의견서를 받는 형태로 진행 중이다.

어획 매년 증가 오징어 싹쓸이
해수부, 자율 자망 규제 명분
근해채낚기 등 타 업종 찬성
조업 파이 줄어들까 걱정도


자망어선은 과거에는 참조기를 주로 잡던 어선이다. 특히 유자망(배가 이동하며 그물을 치고 걷는 조업 형태) 어선은 지난해 참조기 금어기 동안 기존 어구를 오징어 전용 어구로 개량, 오징어잡이를 시작했다. 올해 오징어 가격이 급등하자 아예 참조기보다 오징어잡이에 열중하고 있다. 문제는 자망어선의 어획강도가 지금까지 주로 오징어를 잡던 채낚기어선에 비해 어획강도가 높다는 것. 이 때문에 기존 채낚이어선들은 아예 자망이 오징어를 싹쓸이한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자망어선의 오징어 어획량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2018년에 484t 수준이던 자망의 오징어 어획량은 2019년 2496t까지 늘어나더니 올해는 10월까지 이미 5000t을 넘어섰다. 문제는 자망어선 403척 중 오징어잡이를 하는 배는 아직 절반 수준이라는 점이다. 만약 자망어선 전체가 오징어를 어획하기 시작한다면 그 양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자망어선의 어획은 매년 대폭 증가하지만 오징어 자원량은 반대로 감소 추세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오징어의 누적생산량은 8만 5354t으로, 평년보다 26.7% 적다.

자망어선의 어획량이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어종 자원의 보호가 필요해지자 해양수산부는 자망어선에 대해 TAC를 적용하겠다는 카드를 내밀었다. 오징어의 경우 어종 보호 TAC를 적용하고 있는데, 근해채낚기·대형트롤·동해구트롤·쌍끌이대형·대형선망 5개 업종에만 적용돼 왔다. 기존 TAC 적용 어선들은 자망어선의 규제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자망어선이 새로 TAC에 들어오는 것이 달갑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TAC의 총허용어획량은 한도가 있으니, 결국 파이를 나눠 가지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기존 5개 업종 어선들은 “자망어선에 대한 규제는 필요하지만, 이 때문에 우리가 조업할 수 있는 양이 줄 수밖에 없지 않냐”고 입을 모은다. 자망어선도 TAC를 적용받을 경우 어획량 감소가 불가피해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어선들마다 이해관계가 갈리는 만큼 현장의 의견을 청취해 TAC 적용에 대한 세부 내용을 정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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