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 만난 뒤 배우이자 인간으로 성장통 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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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조제' 조제 역 배우 한지민

“배우이자 한 인간으로서 큰 성장통을 겪고 있어요.”

배우 한지민(38)은 영화 ‘조제’를 만난 뒤 이렇게 말했다. 작품을 끝내고 캐릭터와 비슷한 상황을 겪으면서 영화의 메시지가 더 깊게 다가와서다. 코로나 여파에 온라인 화상으로 만난 한지민은 “극 중 주인공 ‘조제’를 맡아 여러모로 많이 변하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한지민은 원작의 매력에 ‘한국적인 색채’를 더해 이번 작품을 빚었다고 했다. 리메이크작이지만 캐릭터에 변화를 줘 색다르게 만들고 싶었단다. 그가 연기한 ‘조제’에도 자신만의 감정을 녹여 풀어내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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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는 집 안에서 책으로 세상을 만나 자신만의 세계를 쌓아온 캐릭터. 그는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눈빛으로 말하는 인물이라 새로운 도전이었다”며 “조제의 세계가 독특해서 배우로서 채워나가야 할 부분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그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배우로서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그는 “늘 덜어내는 작업의 연속이었다”며 “잘 하고 있는지 불안한 마음도 많았다. 완성본을 보니 장면에 빛과 음악이 입혀져 풍부하게 채워진 것 같다”고 했다.

한지민은 몸이 불편한 조제를 연기하기 위해 사전 준비를 철저하게 했다. 다큐멘터리 등 관련 영상을 찾아봤고, 집에 휠체어를 두고 시간이 날 때마다 타는 법을 연습했단다. 그는 “최대한 익숙해 보이는 자세를 찾으려고 했다”며 “저도 모르게 하반신에 반사적으로 힘이 들어가더라. 힘을 빼는 게 가장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외적 변화도 눈에 띈다. 부스스한 머리에 낡은 옷차림,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린 모습 등은 조제의 내면을 단박에 보여준다. 한지민은 “거친 피부 결을 표현하고 얼굴에 잡티를 만들었다”면서 “다만 영석을 만나면서 조금씩 덜어내 감정이 변화된 느낌을 전달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작품이 더욱더 특별하게 다가온다고 했다. 영화를 마친 뒤 조제와 비슷한 상황을 겪으면서 캐릭터를 다시 한번 만났기 때문이다. 한지민은 “극 중 조제처럼 저도 올해 할머니를 떠나보냈다”며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조제가 많이 떠올랐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을 가족들과 나누고 서로 위로하는데, 조제는 그것조차 못했지 않나. 조제가 더 안쓰럽게 느껴지더라”고 털어놨다. 작품 속 조제와 영석처럼 가슴 시린 사랑도 해봤단다. “이별을 아파하고 겁내는 편이에요. 아픈 시간이지만 최선을 다해왔죠. 조제를 끝내고 나서는 새롭게 느끼는 감정을 마주하면서 자신을 비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목표도 새롭게 생겼단다. 요즘 한지민은 ‘현재’를 살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그는 “이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갈수록 깨닫고 있다”며 “과거에 대한 후회나 집착을 많이 하는 성격이었는데 조금씩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든 게 변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더라고요. 모두 지난 뒤에 없어진 것을 후회하기보다는 지금을 즐기면서 행복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웃음)“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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