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트비아서 코로나로 막 내린 김기덕의 파란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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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사진) 영화감독이 코로나19 합병증으로 라트비아 유르말라의 한 병원에서 11일(현지시간) 숨졌다. 향년 60세. 김 감독의 장례는 유족 뜻에 따라 현지에서 치른 뒤 유해만 국내에 들여올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언론과 라트비아 매체 델피는 “한국의 유명한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김기덕 감독이 코로나19 합병증으로 입원 중이던 병원에서 사망했다”고 지난 11일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 감독은 지난달 20일 러시아 등을 거쳐 라트비아에 입국해 생활하다 이달 5일부터 연락이 끊겼다. 그는 라트비아 북부 휴양 도시 유르말라에 저택을 구입하고 이곳의 영주권을 신청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 합병증으로 11일 숨져
유족, 장례는 현지 대사관 일임

러시아의 유명 영화감독 비탈리 맨스키 예술감독은 현지 언론에 김 감독의 비보를 확인하면서 “이날 오전 1시 20분 병원에서 숨진 것으로 파악했다”고 전했다. 김 감독이 평소 앓았던 신부전(콩팥기능상실증)이 코로나19 감염으로 악화돼 치명적 상황에 이른 것으로 안다고 맨스키는 덧붙였다.

우리 외교부도 “우리 국민 1명이 라트비아에서 코로나19로 병원 진료 중 사망했다”면서 “현지 병원을 통해 관련 경위를 확인하는 한편 국내 유족을 접촉해 현지 조치 진행 사항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의 가족은 이날 비보를 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6년 영화 ‘악어’로 데뷔한 김 감독은 세계 3대 영화제인 칸, 베니스, 베를린 본상을 모두 석권한 유일한 한국 감독이다. 영화 ‘사마리아’(2004)로 베를린 국제영화제 은곰상을 받았고, ‘아리랑’으로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상(2011년), ‘피에타’로 베니스 영화제 최고 영예인 황금사자상(2012년)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이외에도 ‘섬’ ‘나쁜남자’ 등 대표작 수십 편에서 주로 작가주의 연출을 선보여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았다. 다만 직설적인 폭력 묘사, 여성 비하적인 장면과 대사 등에 대한 관객의 평가는 늘 엇갈렸다.

김 감독의 위상은 2018년 여배우 성폭행 등 ‘미투’ 논란에 휩싸인 뒤 추락했다. 이후 감독은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등에서 활동하며 주로 해외에 머물러왔다. 지난해에는 모스크바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을 맡았고, 올해는 카자흐스탄에서 러시아어로 새 영화를 연출하기도 했다.

김 감독의 장례는 유족의 뜻에 따라 라트비아 현지에서 치러진다. 김 감독의 유족은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이동이 여의치 않아 라트비아 현지 대사관에 장례 절차를 일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김 감독의 시신은 라트비아에서 화장한 뒤 국내에 들여올 예정이다.

남유정 기자 honeyb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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