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은방 계좌 이용 자금세탁까지… 보이스피싱 진화의 끝은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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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A 씨는 딸로부터 15만 원권 구글 기프트 카드 2장을 보내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발신 번호가 딸의 스마트폰 번호와 달랐지만 ‘폰이 고장 나 메시지를 컴퓨터로 보낸다’는 말에 안심했다. A 씨는 상황이 급하다는 문자 내용에 서둘러 기프트 카드를 구매해 카드 번호를 찍어 메시지로 보냈다. 몇 시간 뒤 A 씨는 딸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고, 뒤늦게 보이스피싱에 당한 것을 알아차렸다.

금은방 업주에 접근 계좌 확보
피해자 송금 후 금괴 받아 도주
스마트폰 이용 수법 점점 진화
부산지검 “경미한 가담도 엄벌”

검찰과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 서민들에게 재산 피해를 주는 보이스피싱 범죄 수법이 날로 다양해지고 있다. 검찰은 대표적인 서민 대상 범죄인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해 다른 범죄보다 엄정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부산지검 강력범죄형사부는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경찰과 함께 보이스피싱 범죄 수사를 벌여 총 2829건을 적발하고 112명을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하루 평균 8건 이상의 보이스피싱 범죄가 적발된 셈이다.

‘구글 기프트 카드’ 피해 사례처럼 스마트폰을 이용한 보이스피싱 범죄는 갈수록 수법이 진화하고 있다. ‘전화 가로채기 앱’을 악용한 범죄도 대표적이다. B 씨는 최근 저축은행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일당에게 속아 6580만 원을 사기 당했다. 보이스피싱 일당은 B 씨에게 전화를 걸어 ‘저금리 대출로 전환할 수 있다’며 대출 가능 한도 조회를 위해 카카오톡으로 앱 주소를 보냈다. B 씨는 아무런 의심없이 앱을 설치했지만, 전화 가로채기 앱이었다. B 씨가 각종 기관에 연락해 사기가 아닌지 확인했지만, B 씨의 모든 전화를 가로챈 보이스피싱 조직은 해당 기관인 것처럼 속여 B 씨의 돈을 가로챘다.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피해자들의 피해금을 손에 쥐는 수법도 날로 진화하고 있다. 대포 통장에 대한 은행과 수사기관의 단속이 강화되자 우회 경로를 다양화하고 있다.

한 보이스피싱 조직은 금은방 업주에게 접근해 자신들의 도박자금을 금괴로 교환할 것처럼 속여 은행 계좌 번호를 알아냈다. 이후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에게 금은방 업주의 계좌로 송금하도록 하고, 업주로부터 금괴를 받아 달아났다. 금은방 업주는 부지불식 간에 보이스피싱 조직에 가담하게 된 셈이다.

외국에 거주하는 교민들도 보이스피싱 조직의 자금 세탁에 동원됐다. 한 보이스피싱 조직은 태국에 상주하는 교민들에게 환전이 필요하다고 접근해 국내 은행 계좌번호를 알아냈다.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에게 교민 계좌로 입금하도록 한 뒤, 교민들이 입금 사실을 확인하면 태국 화폐로 돈을 챙겨 종적을 감췄다.

‘뛰는’ 보이스피싱 조직을 등치는 ‘나는’ 사기 범죄 조직도 생겨나고 있다. 명문대 출신 총책이 포함된 15명으로 구성된 한 조직은 보이스피싱 조직이 올린 ‘대포통장 계좌를 구한다’는 글을 보고 접근해 자신들이 확보한 대포통장 계좌를 보이스피싱 조직에게 제공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대포통장 계좌로 돈이 입금되면 고스란히 돈을 가로채 달아났다.

부산지검 윤천열 전문공보관은 “보이스피싱 조직의 총책은 징역 10년, 관리자급은 징역 8년, 가담 정도가 경미한 현금 수거책도 실형이 선고되도록 책임을 묻고 있다”고 밝혔다. 윤 공보관은 “자금 세탁 범죄 역시 범죄수익금을 철저히 추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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