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적의 동병상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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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병수(국민의힘) 국회의원과 김영춘(무소속) 국회 사무총장이 처한 상황을 빗댄 표현이다. 두 사람 모두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 출마 의지가 강하지만 선뜻 나설 입장이 못 된다. 12월 임시국회라는 ‘돌발 악재’가 두 사람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서 의원과 김 총장은 정치적 경쟁관계이다. 4월 총선 때 부산 부산진갑에서 맞붙어 서 의원이 3%포인트(P) 차이로 김 총장을 이겼다. 그 이후 서 의원은 6년 만에 화려하게 국회에 복귀했고, 김 총장은 장관급인 국회 사무총장 자리를 꿰찼다. 김 총장이 국회 사무총장에 선출되자마자 두 사람은 축하 인사를 주고받았지만 내년 4월 7일 또다시 ‘운명의 재격돌’을 준비 중이다.

부산 보선 의욕 서병수·김영춘
임시국회로 눈치 보여 못 나서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지난주 주요 법안을 단독 처리한 뒤 여야 강경대치 전선이 형성되면서 두 사람은 옴짝달싹 못 하는 상태로 내몰리고 있다. 지지율이 하락하거나 정체 상태인 두 사람 모두 한시가 급하지만 개인 욕심 때문에 국회를 내팽개칠 형편이 못 된다.

김 총장은 국회 업무를 총괄하는 입장에서 임시국회 회기 중에 사무총장직을 던질 경우 엄청난 후폭풍에 휩싸이게 된다. 국민의힘 최다선(5선)인 서 의원 역시 당내 초선 전원이 필리버스터에 나선 상황에서 “나 혼자 살겠다”고 부산시장 선거전에 뛰어들 수도 없다.

이 때문에 정기국회가 끝나면 곧바로 부산에 상주하다시피 하면서 시장선거 준비를 강화하겠다던 김 총장은 속도조절에 들어갔고, 12월 중 출마여부를 밝히기로 했던 서 의원도 내년 1월로 미뤘다. 필리버스터 종료 여부와 상관없이 여야 전면전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따라서 두 사람의 부산시장 선거 행보는 빨라야 임시국회가 끝나는 내년 1월 8일 이후에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두 사람이 선거 준비를 마냥 늦출 수 있을 만큼 한가롭지 않다는 점이다. 오마이뉴스·리얼미터가 지난 6~7일 부산시민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결과는 두 사람이 처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서 시장은 범야권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박형준(23.6%) 동아대 교수 등에 이어 3위(14.0%)로 밀려 났고, 김 총장은 민주당 적합도에선 16.3%로 김해영(13.5%) 전 의원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지만 전체 부산시장 지지도 조사에선 국민의힘 후보에 밀려 3위에 머물렀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늦어도 내년 2월까지 경선이든 전략공천이든 각 당 후보를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권기택 기자 kt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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