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103명 확진… 부산 ‘코로나 방역’ 무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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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동안 부산 동구 인창요양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58명 발생한 가운데 12일 오후 인창요양병원에서 119 구급대와 보건 당국이 고령의 확진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지난 주말 부산에서만 100명 넘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쏟아지면서 지역 방역 시스템 붕괴에 대한 우려가 높다. 방역 속도가 코로나19 확산세를 못 따라가면서 자칫하면 올 2~3월의 대구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마저 나온다.

13일 부산시에 따르면 12~13일 신규 확진자는 각각 82명과 21명으로 모두 103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로써 누적 환자는 1248명으로 늘었다. 신규확진자 중 58명은 인창요양병원 관련이며, 이 병원 관련자를 빼더라도 n차 감염 등으로 하루 20여 명의 기타 확진자가 나왔다. 지난달 24일부터 20일 동안 두 자릿수 확진 규모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기간에 발생한 확진자는 부산 전체 환자의 절반인 612명에 이른다.


인창요양병원서 58명 신규 확진
20일간 두 자릿수 환자 이어져
병상 부족에 의료시스템 ‘위태’
‘2~3월의 대구’와 비슷한 상황
문 대통령 “필요하면 3단계 격상”


방역 전문가들은 인창요양병원 대규모 신규 확진을 현재 방역 시스템의 한계를 드러낸 사례로 보고 있다. 지난달 26일 인창요양병원에서 4명의 확진자가 나온 직후 전수조사를 실시했지만 추가 전수조사는 지난 11일에야 이뤄졌다. 요양병원은 위험시설로 간주돼 올 2월 아시아드요양병원은 일주일 만에, 올 10월 해뜨락요양병원은 2~3일 간격으로 전수조사가 이뤄진 것과는 대조적이다.

인창요양병원 전수조사가 2주 가까이 늦어지며 방치된 것은 신규 확진자가 쏟아지면서 역학조사에 투입할 인력이 없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재 역학조사는 각 구·군의 보건소 내 1~2개 팀 소속 2~4명 정도가 전담하며 필요하면 부산시 단위의 일부 지원이 이뤄진다. 방역 전문가들은 이 구조로는 예전 같은 선제적 대응은커녕 신규 확진자의 역학 조사를 처리하기도 버거운 수준이라고 경고한다. 부산의 한 보건소 관계자는 “역학조사 담당자는 이미 가능한 범위를 넘어서는 업무를 본다”며 “환자가 쏟아지다 보니 모든 걸 꼼꼼히 할 수 없어 역학조사 공백도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병상 부족에 따른 의료 시스템 붕괴도 걱정된다. 14일 부산 제2생활치료센터(75병상)가 문을 여는 등 부산시는 계속해서 병상 확보에 주력한다. 하지만 일주일 새 100~200명씩 환자가 쏟아지는 추세가 이어질 경우 병상 부족은 불가피해진다. 중증환자 병상 18개 중 12개가 사용 중이어서 요양병원 중심으로 환자가 나오면 중증환자도 제대로 치료를 받기 어려울 수 있다. 12일에는 인창요양병원 환자 중 양성 판정을 받고 타 병원으로 이송된 뒤 곧 숨진 사례도 나왔다.

이 같은 상황은 더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건조한 겨울 날씨가 이어지면서 바이러스 활동성이 급격히 높아져 코로나19 확산속도가 더 빨라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작은 방역 공백도 대규모 집단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셈이다. 이미 과부하인 방역 시스템을 고려하면 제어 불가능한 상황도 올 수 있다. 동아대 예방의학과 손현진 교수는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단기간 내 한계에 봉착한다”며 “사회적 거리 두기 격상만으로 해결이 안 되며 방역 시스템을 비상시국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남과 울산에서도 13일 하루 각각 30명과 4명의 확진자가 추가됐다. 누적 환자는 경남 861명, 울산 434명이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코로나19 사태와 관련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불가피하다고 판단되면 과감히 (3단계 격상을)결단하라”고 주문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3단계 격상으로 겪게 될 고통과 피해는 상상하기조차 힘들다”며 “3단계로 높이는 것은 마지막 수단”이라고 했다. 김백상·김길수·박석호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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