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국민이 바라는 검찰개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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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경 지역사회부 중부경남팀 부장

검찰의 사건 처리가 억울하다고 하소연하는 사람이 끊이질 않는다. 그들의 말을 듣고 사건 서류를 들여다 보면 합리적 판단에 의한 처리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얼마 전 만난 50대 여성 A 씨 사건도 다르지 않다.

A 씨 주장을 요약하면 사기 혐의 피고소인들의 꾐에 넘어가 수억 원의 금전 손실을 입었다. 그런데도 검찰은 그들을 불기소 처분하고 고소인인 그녀를 도리어 무고죄로 기소해 버렸다. 그녀가 터무니 없는 내용으로 고소했다면 두 말할 나위 없이 응당 무고죄 책임을 지는 것이 맞다. 그러나 수억 원의 돈이 A 씨 통장에서 빠져나갔고 그 액수만큼 그들이 부당이득을 챙긴 건 엄연한 팩트인데도 A 씨를 무고로 기소한 것은 통념상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에 불복한 그녀가 항고해 고검의 재기수사 명령을 이끌어냄으로써 사건이 바로잡힐 발판은 마련했지만 말이다.

한마디로 A 씨는 사건의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뀐 것으로 생각하고, 기자가 보기에도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우선 담당 검사의 실수이거나 수사능력 부족이 원인일지 모른다. 또다른 추정은 사실이 아니길 바라지만, 검사가 피고소인측으로부터 청탁을 받고 고의로 조작했을 가능성이다. 재기수사 명령이 내려졌으니 지켜볼 일이지만 씁쓸한 맛은 가시지 않는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 총장 간 갈등은 표면적으론 검찰 개혁이 배경이다. 하지만 검찰 개혁을 둘러싼 갈등이라고 보기엔 너무나 낯설고 불편한 장면이다. 민생 챙기기는 뒷전이고 오로지 여기에만 집착하는 모양새다. 일반 국민이 바라는 검찰 개혁은 이게 아니다.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사건일지라도 오로지 진실의 편에 서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검찰은 어떠한 경우에도 진실이 조작된 것으로 의심받을 사건을 양산해서는 안 된다.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에게 사활을 건 저항을 하는 것도 국민들은 정치권력으로부터의 외압에 대한 방패막이를 자처하는 행위로 보고 있음이 분명하다. 윤 총장에 대해 가해지는 압력 강도가 더해질수록 대선후보로서의 지지도가 올라가는 여론조사 결과는 이를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국민들이 검찰에 바라는 개혁의 원점은, 실체적 진실의 수호 이외도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다. 윤 총장의 완고함은 개인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가 아닌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한 몸부림이기를 바라는 것이다. 다시말해 정치권력이라는 외압에 굴하지 않으면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부정부패 수사도 주저하지 말라는 요구인 것이다. 공수처법 개정안 통과로 검찰 지위가 새 국면을 맞고 있긴 하나 그렇다고 그 사명이 반감되는 건 아니다.

추-윤의 갈등은 비평가와 작가의 관계로 보아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비평가는 작가의 작품을 자유로이 비평해야겠지만 작품의 생명력까지 살해하면서 자신을 내세우려해서는 안된다. 작가 없는 비평가가 없는 것처럼 법무부와 검찰 관계도 다르지 않다. 소설 ‘어린왕자’에서 한 별나라의 왕과 어린왕자가 나누는 대화는 정치권력의 정당성과 관련해 통렬한 메시지를 던진다. 어린왕자가 묻자 왕이 이렇게 대답한다. “만약 짐이 어떤 장군에게 물새로 변하라고 명령했는데 그 장군이 명령에 복종하지 않는다면 그건 그의 잘못이 아니라 짐의 잘못이니라.” nk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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