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선의 해양 TALK] 진정 난 몰~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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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양수산개발원 선임연구위원

‘오늘 회’는 일반적인 횟집은 아니다. 식당도 없고, 꼭 있어야 하는 주방장도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여전히 회를 판다. 저녁 9시가 넘어서도 손님을 내보내지 않는다. 24시간 영업까지 한다. 비결은 간단하다. 온라인 플랫폼에 횟집을 차린 덕분이다. 생선회 등 수산물을 팔아 하루에 매출액 수천만 원을 올리는 알짜 기업이다. 1만 3000원짜리 자연산 광어회가 하루에 7000개 정도 팔린다고 한다. 딱새우와 성게알, 전복, 해삼 등 200가지가 넘는 수산물도 이곳에서 살 수 있다.

그동안 생선회를 맛보는 방법은 두 가지였다. 익히 아는 횟집에 가거나,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일식집에 가면 됐다. 오늘 회의 등장으로 이 같은 생선회와 수산물의 소비 패턴이 바뀌고 있다. 횟집에 대한 기존 통념을 깨고, 김재현 대표는 왜 이런 수산물 플랫폼 기업을 차렸을까? 핵심은 두 가지다. 소비자의 변화와 새로운 경험에 대한 자신감이다. 라이프 스타일 플랫폼 기업인 ‘비욘드 엑스’ 김철민 대표는 이렇게 분석했다. “그동안 눈으로 보고, 생선회를 사던 거래 관행을 바꾼 전략이 통했다”고 했다. 또 있다. 플랫폼을 통해 생선회나 수산물을 사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심어준 것도 적중했다. ‘수산물을 살 때의 고민과 걱정이 사라지는 경험, 밖에 나가지 않아도 된다는 경험, 가격 흥정을 하지 않아도 바가지를 쓰지 않는다는 경험’이 온라인 소비자의 마음을 얻은 비결이다.

시대 변화 반영한 새 수산 기업 두각
회·미역 등에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

해조류 중심 산업·문화 연계가 핵심
향후 해양산업 이끌 꿈의 시장 부상

그동안 타 분야보다 관심·투자 밀려
인프라 갖춘 부산, 성장 전략 시급해


이 전략은 곧 성공으로 이어졌다. 우선 회원 수가 15만 명을 넘어서면서 탄탄한 구매층이 형성됐다. 대략 한 달 평균 오늘 회 플랫폼에는 35만 명 정도가 접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도 크게 늘고 있다. 2017년에 2억 원에 불과했던 주문액은 2018년엔 10억 원을 넘었다. 지난해에는 21억 원을 기록했는데, 올해는 135억 원이 목표치다. 이렇게 온라인 비즈니스가 뜬다.

미역 하나로 세상을 평정한 회사도 있다. 중국 산둥성의 서해안 신구에 있는 명월해조그룹(Bright Moon Seaweed Group)으로, 기술 혁신을 통해 해조류의 부가가치를 크게 높인 해양바이오 기업이다. t당 8000위안(한화 130만 원)에 지나지 않는 갈색 해조류를 식품 첨가제로 쓰는 알긴산염(1만 6000위안)과 의료용 소재(240만 위안)로 가공해 대박이 났다. 우리가 국거리로 주로 쓰는 미역을 무려 300배가 넘는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바꿨다.

이 회사는 1998년에 민영화된 이후 세계 최대의 알긴산염 제조 기업으로 성장했다. 50년 전 요오드를 전문 생산하는 국영기업으로 처음 문을 열었을 때와는 판이하다. 알긴산염뿐만 아니라 일회용 반창고 등 의료용 소재와 천연 화장품 등 6대 제품군에 100여 개 상품을 생산한다. 최근엔 해외시장 진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세계 시장 점유율이 25%까지 올랐다. 2019년에는 매출액이 35억 위안(한화 5000억 원)을 돌파했다.

이 회사의 성장과 관련해 눈여겨볼 대목이 하나 더 있다. 해조류를 중심으로 ‘산업+문화+교육+관광’을 패키지로 묶는 이른바 ‘라이브 타운’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명월그룹의 성장 전략을 분석한 중국 산동사회과학원 박문진 박사는 이를 해조류를 중심으로 산업과 문화를 연계하는 기업 혁신성장 모델이라고 밝혔다. 해양바이오 산업을 기반으로 해양과학 교육과 해조류 산업 전시, 건강·레저 체험, 관광 등을 결합한 ‘산업 엔터테인먼트 파크’를 만들어 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는 평가다. 2019년 라이브 타운을 방문한 관광객은 10만 명을 넘었다. 미역도 씀씀이에 따라 돈의 크기가 달라진다. 바로 오션 테크의 힘이다.

얼마 전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오션 테크 코리아’ 행사가 열렸다. 나라 안팎의 해양 혁신기술과 혁신기업을 조명하는 자리였다. 온라인 비대면 콘퍼런스로 치러진 이 행사에 1000명이 넘는 관계자가 사전등록을 했다. 근래 바다를 주제로 한 콘퍼런스와 달리 행사 홈페이지 방문자 수만 무려 14만 명이 넘었다는 후문이다. 오션 테크 코리아의 주제어는 ‘바다의 미래를 만드는 신기술’이었다. 해양과학과 해양기술이 해양산업의 성장을 이끄는 핵심 동력이라는 뜻이다. 기존의 해양산업 성장과 새로운 스타트업 창업을 꾀할 수 있는 꿈의 시장이다.

그런데도 그동안 다른 분야에 밀려 일반의 관심과 투자에서 뒤처졌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오션 테크를 포함한 해양 신산업 시장은 2030년에 4749억 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연간 성장률도 8%대를 넘어선다. 부산의 경우 해양 수산계 대학과 한국해양과학기술원뿐만 아니라 해양플랜트 기자재 기업 등 오션 테크 인적·물적 인프라가 넘친다. 이를 한 데 묶어 ‘부산 오션 테크 성장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진정 몰랐던 오션 테크 시장이 바로 부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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