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3색 性이야기] 성진화적 관점 ‘폐경 아니고 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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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현 성 심리학자

40대 여성 중 어떤 이는 매달 한 번씩 하는 생리를 하지 않으면 ‘내 몸 어디가 안 좋나, 또는 임신인가’ 하는 생각보다 ‘이제 생리를 안 하려나’ 하는 걱정을 한다고도 한다. 필자도 그런 상황이면 그런 생각이 들 것 같지만 생리를 하지 않는 걸 걱정하지는 않는다. 왜? 우리가 생리를 하지 않게 되는 건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남자의 생식능력은 나이가 들면서 줄긴 하지만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반면 여성은 왜 50세를 전후로 월경이 멈출까. 진화생물학적 관점으로 호크스라는 학자는 생리가 멈추는 것은 종족을 번식하는 데 에너지를 더 이상 쓰지 않는 대신 손자들의 양육에 투자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즉, 아이를 낳고 수유를 하느라 식량 확보에 쓸 힘이 부족한 딸을 위해 식량 공급을 대신해 준다면, 자식과 손자의 생존확률을 높여주는 셈이 된다.

그러나 이런 옛날 학설에 맞서 새로운 의견을 제시하는 학자들도 있다.

포유류를 연구한 학자인 패커는 원숭이와 사자 어미들이 생리가 멈추기 전 낳은 마지막 새끼를 끝까지 돌보기 위한 목적으로 생리가 멈춘 후에도 생존을 하는 것이지, 그들에게서 딸과 손주를 도우려는 어미의 바람직한 어떤 모습도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또 다른 학자 중에는 완경이 생존에 이익이 되는 방식으로 진화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결국 완경은 인간이든 동물이든 자신의 종족번식을 잘 하기 위한 목적으로, 자신의 유전자를 더 공유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을 쫓는 과정에서 생긴 적응의 결과다. 그러므로 진화적 관점에서 폐경이 아닌 완경이 맞는 말이다.

완경은 여성의 생리(월경)가 완전히 멈추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데, 아직까지도 완경보다는 폐경이란 단어가 익숙한 게 사실이다. 폐경이라고 하면 ‘닫는다’라는 단어가 가진 뜻 때문에 여성으로서 끝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완경이라는 말은 주어진 임무와 책임을 다 완성한 느낌을 갖게 한다.

혹자는 출산을 하지 않은 여성은 완경이 아니냐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여성의 역할이 재생산에 국한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완경이라는 말은 일생동안 약 300~400회 정도의 월경을 경험한 여성에게 마땅한 표현이다.

더 이상 생리를 하지 않는 엄마, 배우자, 친구를 보며 마치 슬픈 일을 당한 사람 대하듯 하지 말자. 대신 매달 불편함과 통증을 감내한 그 긴 시간을 인정해주고 그 과정 속에 겪었을 모든 일들의 대단함을 알아주는 것이 완경 후 안정된 감정을 갖게 하는 에너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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