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공공의료 공백에 서부산의료원 설립 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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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가까이 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에 발목이 잡혔던 서부산의료원 설립이 코로나19 상황에서 탄력을 받게 됐다. 공공의료 공백이 현실화하자 정부가 서부산·대전·진주의료원 등 지역 공공병원 신설 사업의 예타를 면제하기로 전격 결정했기 때문이다.

14일 부산시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진행 중인 서부산의료원 예타를 면제받기 위해 보건복지부에 관련 절차를 문의 중이라고 밝혔다. 부산시 이미경 공공의료정책팀장은 “서부산의료원은 공공 역할을 하다 보니 비용편익분석에서 점수가 낮아 예타 통과가 어려웠다”며 “서부산의료원 설립에 가장 큰 걸림돌인 예타가 면제되면 KDI에 요청한 서부산의료원 예타를 철회하고 곧바로 기획재정부에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익성 낮아 2년째 발목 잡혀
정부, 공공병원 3곳 예타 면제
부산시, 적정성 검토 곧 요청
신평역 부지에 300병상 규모

서부산의료원은 부산도시철도 신평역 공영주차장 부지(1만 5750㎡)에 연면적 4만 3163㎡ 규모로 지어질 계획이다. 병상 규모는 300개다. 지상 5층, 지하 1층 건물에 응급의료센터, 심뇌혈관질환센터, 감염병예방센터 등이 설치된다. 총사업비는 2187억 원이다. 다만 기재부의 사업계획 적정성 조사를 통해 규모 등이 일부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서부산의료원이 기획재정부 예타 대상에 선정된 것은 2018년이다. 이듬해 부산시 의뢰를 받은 KDI가 서부산의료원 예타에 착수했지만 비용 대비 편익(B/C)값이 낮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서부산의료원에 시동을 건 곳은 아이러니하게도 보건복지부다. 지난 13일 ‘공공의료체계 강화방안’을 내놓으며 “지방의료원 예타 제도를 개선해 빠르게 늘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서부산·대전·진주의료원 3곳은 예타가 아예 면제됐다. 인근에 공공병원이 없어 필요성이 높고, 사업 계획이 구체적이라는 이유다. 보건복지부는 “2025년까지 지역에 약 20곳의 공공병원을 신·증축해 병상을 5000개가량 늘릴 것”이라고 밝힌다.

정부가 이같이 결정한 것은 코로나19로 인해 지역 공공의료체계가 급격히 무너지는 현실 때문이다. 그동안 부산에서는 부산의료원이 감염병 대응과 공공의료를 홀로 감당해야 했다. 14일 부산시 시민방역추진단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부산 코로나 환자 428명 중 부산의료원에 절반가량(202명)이 입원 중이다. 부산시 가용 병상 300개 중 81%(243개)가 이미 찬 상황이다.

부산의료원이 감염병 전담 병원으로 지정되면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공공의료서비스도 무너지고 있다. 지난해 211억 5900만 원에서 올해 101억 8800만 원으로 반토막 난 ‘의료급여·무연고 환자 의료비 지원사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복지계는 서부산의료원 예타 면제를 환영하면서도 정부에 더욱 더 적극적인 공공병원 확충책을 주문했다. 사회복지연대 김경일 사무국장은 “2년 동안 예타라는 벽을 넘지 못했던 서부산의료원 설립이 급물살을 타게 돼 다행”이라며 “공공병원은 지역에서 필수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임에도 수익성이라는 잣대로 평가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정부가 서부산·대전·진주의료원뿐 아니라 나머지 공공병원도 예타 면제 등을 통해 적극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도 환영했다.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국회의원(사하갑)은 “정부의 공공병원 예타 면제 결정은 적극적인 보건행정 사례”라며 “지난 주말 부산에 코로나 환자가 100명 넘게 추가로 발생하며 시민들의 우려가 높은데 서부산의료원이 건립되면 부산 전체의 공공의료 서비스 질이 높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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