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과 경제 사이, ‘3단계 격상’ 저울질하는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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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역과 경제 사이.’

올 상반기 코로나19 사태가 처음으로 확산세에 접어들었을 때부터 정부가 고민해 온 부분이다.

文대통령 “불가피하면 결단해야”
경제적 피해·반발 극심해 고민
격상 효과 확신·공감대가 관건

연말을 맞아 하루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서는 등 코로나19 감염이 걷잡을 수 없는 수준까지 치솟자 또다시 문재인 대통령이 딜레마에 빠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중앙재난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면서 “지금 확산세를 꺾지 못하면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 격상도 검토해야 하는 중대한 국면”이라며 “중대본은 불가피하다고 판단되면 과감히 (격상을)결단하라”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다만 “3단계 격상으로 겪게 될 고통과 피해는 상상하기조차 힘들다”며 “3단계로 높이는 것은 마지막 수단”이라고 했다.

거리 두기 3단계는 전국적으로 환자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의료체계가 붕괴할 위험에 직면했을 때 취하는 ‘마지막 카드’로, 50만 개 이상의 다중이용시설이 문을 닫게 된다. 이에 따른 막대한 사회·경제적 피해와 자영업자·소상공인 등의 반발이 불가피하다.

문 대통령이 3단계 격상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마지막 수단’이라는 전제를 단 것은 이 같은 고민 때문이다.

청와대는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 격상에 따른 조건을 놓고 여전히 저울질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3단계 격상 효과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한다.

가장 높은 3단계로 격상해놓고도 확진자 숫자가 줄어들지 않을 경우 정부로서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되는 셈이다.

이와 함께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단계 격상으로 사회적 불만이 커지는 데 따른 부작용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와 함께 3단계 격상을 실행할 경우 그동안 치적으로 내세워 왔던 ‘K방역’ 실패를 스스로 인정하는 모양새가 된다는 점도 문 대통령이 고심하는 대목이다.

이 같은 청와대의 기류를 반영한 듯 정세균 국무총리는 14일 서울시청에서 주재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3단계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라고 말했다.

정 총리는 “정부도 각 부처와 지자체, 전문가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만큼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과감한 결정도 주저하지 않겠다”면서도 “우선은 지금 시행하는 강화된 방역수칙을 온 국민이 제대로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통령과 총리가 각각 ‘마지막 카드’ ‘최후의 보루’라는 표현까지 쓸 정도로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3단계 격상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엄청나다”면서 “전격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격상 요건을 따져 보고 전문가 집단의 판단을 들은 뒤 신중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코로나19 확산세를 잡는 ‘신의 한 수’를 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석호 기자 psh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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