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민중의 적인가?…연극으로 '타락한 민주주의' 고발하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헨리크 입센 작 ‘민중의 적’
부산연극협회 회원 합동 공연

연극 ‘민중의 적’ 연습 장면. 부산연극협회 제공 연극 ‘민중의 적’ 연습 장면. 부산연극협회 제공

연극으로 묻는다. ‘누가 민중의 적인가?’

부산 연극협회 회원들이 합동으로 만든 작품 ‘민중의 적’이 공연된다. (사)한국연극협회 부산시지부(이하 부산연극협회)는 연극예술 발전을 위해 1년에 한 번 회원들이 함께 공연을 만들어 무대에 올린다. ‘민중의 적’ 공연은 17일부터 사흘간 부산 남구 대연동 나다소극장에서 열린다.

‘민중의 적’은 근대 사실주의 희극의 창시자인 헨리크 입센의 작품이다. 19세기 후반 노르웨이의 시골 마을에서 온천이 발견되며 일어나는 갈등을 그린다. 주인공 의사는 새로 발견된 온천에 독성이 있음을 알고 이를 사회에 알리려 한다. 하지만 이해관계가 얽힌 당국과 민중에게 배척받는다.

입센은 1882년에 ‘민중의 적’을 썼다. 이 작품은 타락한 민주주의에 대한 고발이다. 물질에 눈이 먼 현실주의자들에 의해 진실은 감추어지고, 거짓이 진실이 되어버리는 문제를 담아낸다. 주인공이 보여주는 의사로서의 윤리, 인간으로서의 정의감은 눈앞의 이익에 의해 ‘적대적 행위’로 치부되어 버린다. 이 작품에서 가장 큰 갈등은 형제간의 갈등이다.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의사의 행동을 가로막는 것은 국회의원인 형이다.


연극 '민중의 적' 연습 장면. 부산연극협회 제공 연극 '민중의 적' 연습 장면. 부산연극협회 제공

‘민중의 적’을 연출한 강성우 연출가는 “이 작품은 사회 비판 드라마이며 정치적 저항 가능성에 대한 주장이다. 언론이 조작됐을 때 진실이 어떻게 되는지, 그 진실을 표현하는 사람들조차 어떻게 부패로 유혹되는가 하는 문제를 다룬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권력의 힘 앞에 사실이 거짓이 되어야만 살 수 있는 세상, 그 힘으로 형성된 군중심리에 의해 진실의 외침이 ‘민중의 적’으로 낙인찍히는 현실을 보여준다. 관객들은 작품이 나온 19세기 노르웨이와 현재의 한국이 닮아있음을 느끼게 된다.

극의 끝에 주인공 의사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혼자 서 있는 사람이다’라고 선언한다. 강 연출가는 “입센은 주인공 토마스와 같은 인물들이 그들의 도덕적 인격을 통해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내밀었다”며 “이 작품을 통해 사람들이 개인적인 것보다 경제적 관계를 특혜로 인식하는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묻고자 한다”고 말했다.

‘민중의 적’에는 호민, 이혁우, 강원재, 김하영, 이재찬, 이희선, 우지현, 최지혜 등이 출연한다. 예술감독은 손병태, 무대연출은 이종근이 맡았다. ▶2020 부산연극협회 합동공연 ‘민중의 적’=17~19일 나다소극장. 평일 오후 7시 30분, 토요일 오후 3시. 051-645-3759.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