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취준생·가족해체… 이 시대의 고민 ‘오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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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부일 신춘문예 응모작 경향

지난 9일 진행한 2021 <부산일보> 신춘문예 심사. 왼쪽부터 김남석(희곡·시나리오) 박선미(동시) 안미란(동화) 전동균(시) 김경연(단편소설 예심) 박태일(시) 정영선(단편소설 예심) 이우걸(시조) 심사위원. 김경현 기자 view@

‘문학은 무엇을 할 수 있나. 이 시대의 글쓰기는 어디로 향하고 있나.’ 지난 4일 마감한 2021 <부산일보> 신춘문예 응모작들은 이런 물음에 대한 답의 모색이었다. 열기는 뜨거웠다. 6개 부문에 걸쳐 943명이 2551편을 응모했다. 지난해(1050명 3138편)보다 다소 줄었으나 본선에 오른 작품들은 열띤 경합을 벌였다. 신춘문예의 관건은 실험과 창조, 도전과 모험을 최종적으로 자기 식의 글쓰기로 녹여낼 수 있느냐 하는 데 있었다. 세계를 움켜쥐고자 하는 사상, 일생일대의 느낌과 생각일지라도 그 모든 것은 결국 글과 문자로 실현돼야 하는 것이 신춘문예인 것이다.

6개 부문 943명 2551편 ‘경합’
변화된 삶의 환경 반영 소재 많아
창조적 글쓰기 천착 여부 ‘관건’
당선작 2021년 1월 1일 자 게재

135명이 145편을 응모한 단편소설 부문 응모작들은 이 시대 온갖 문제들을 다 담고 있다는 평이 나왔다. 정영선(소설가)·김경연(문학평론가·부산대 교수) 예심위원은 “변화된 삶의 환경을 반영하는 낯설고 신선한 소재들이 많다”고 했다. 인간의 삶만을 주목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비인간들, 예컨대 인공지능 반려동·식물들과의 공존을 모색하는 소설들은 휴머니즘적 사고를 넘어 포스트휴머니즘적 사유로 이동하는 시대 징후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가족의 파탄, 취업준비생의 고뇌, 코로나19로 변화한 삶의 모습, 질병으로서 노년과 치매 문제 등 이 시대 삶의 세목을 두루 아우른 응모작들은 현실을 반영하는 ‘위대한 장르’가 소설이라는 점을 증명한다고 했다. 하지만 정찬(소설가)·구모룡(문학평론가·한국해양대 교수) 본심위원은 “밀도 높은 글쓰기, 탄탄한 구성력으로 소재를 장악할 수 있어야 한다”며 “소설의 관건은 문장”이라고 엄중하게 평했다.

390명이 1310편을 응모한 시 부문은 일상 자아 세계를 대상으로 한 폭넓은 시적 탐색을 보여준다는 평이 나왔다. 그러나 박태일(시인)·전동균(시인·동의대 교수) 시 심사위원은 “평이함과 상식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시, 단순히 잘 만든다는 수준을 깨뜨리고 나오는 시, 현학과 제스처에 떨어지지 않는 시, 숙련도를 넘어서 있는 숙련된 시로 나아가야 한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10여 편을 쉽게 고른 뒤 5편으로 줄여 작품의 완성도와 가능성을 저울 재면서 당선작을 내는 데 2시간 이상의 숙고를 거쳤다.

74명이 278편을 응모한 시조 부문은 소재 개발 노력과 시대적 울림이 있는 작품들이 많지만 그것들이 시적으로 승화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평이었다. 이우걸(시조시인) 심사위원은 “정형시의 음보율은 글자 수를 맞춘다고 되는 게 아니라 리듬으로 자연스럽게 흘러야 한다”며 “그런 연후에 문자로 세계를 창조하고 발견하는 실험정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57명이 57편을 응모한 희곡·시나리오 부문은 취직 층간소음 반려고양이 등 시대상이 반영된 문제를 껴안은 작품들이 다수였다. 김남석(문학평론가·부경대 교수) 심사위원은 “거시적인 작품이 없어 안타까웠으며 무엇보다 생경한 본 따기, 흉내 내기 글쓰기를 지양해야 한다”며 “가독성이 좋고 현학적인 게 없으며 냉정한 마무리가 돋보인 작품을 뽑았다”고 했다.

24명이 24편을 응모한 평론 부문은 영화평론(21편)이 많았으나 당선작은 문학평론에서 나왔다. 김경복(문학평론가·경남대 교수) 심사위원은 “평론은 인상과 감상에 떨어져선 안 되며 공부와 이론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예를 들면 영화평론은 줄거리 중심의 영화 이야기에 그쳐선 안 되며, 영상미학과 인물 특성이 잘 살아나는지 등에 대한 치밀한 분석이 따라야 한다”고 했다.

아동문학 부문에선 동화는 106명이 112편, 동시는 157명이 625편을 응모했다. 사회적 이슈를 형상화한 것이라든지 이혼 경제위기 가족해체를 다루면서 동물과 자연으로부터 위로를 받는다는 내용의 동시와 동화들이 많았다고 한다. 박선미(동시인)·안미란(동화작가) 심사위원은 “동화는 어른들의 회고담이 아니라 어린이가 즐길 수 있는 작품을 써야 하며, 동시는 기성의 것과 패턴을 넘어서는 실험적이고 참신한 작품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평했다. 아동문학 당선작은 동화에서 나왔다. 2021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은 2021년 1월 1일 자 지면에 싣는다. 각 부문 당선자에게는 개별 통보를 한 상태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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