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조두순에 대한 국민 불안 덜어 주려면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박용하 부산구치소 교정협의회 사무국장 겸 홍보대사

조두순 사건은 지금도 국민의 공분을 불러오는 극악무도한 사건으로 기록된다.

지난 12일 조두순 출소 때 교도소 정문 앞에는 새벽부터 내·외신기자 수십 명이 한꺼번에 몰려드는 북새통을 이뤘다. 특히 주요 외신들은 조두순이 고령과 주취로 형의 감경을 받았다는 점과 과거 우리 법원이 성범죄자에 대해 약한 처벌을 내렸던 점을 의아해하며 이에 대해 취재의 초점을 맞췄다. 법원으로부터 사형을 면한 조두순은 화학적 거세가 시행된 2011년 이전에 형이 확정됐다는 이유로 물리적 거세도 면제받아 그의 출소로 인해 온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두순의 재범을 막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 됐다. 하지만 조두순의 재범을 막기 위해서는 지금의 국민감정과 큰 차이가 있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이제 정부와 관계기관, 그리고 우리 모두는 돌아온 조두순이 안정적으로 생업에 매진해 일할 수 있는 근로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우리 정부와 사회 시스템이 이러한 환경을 만들어 주고 모두가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주는 것이 그의 재범을 막는 길이 될 것이다. 이는 우리 사회의 막중한 책임이기도 하다.

강간과 살인 등 전과 17범이라는 잔인한 범죄 경력을 가진 조두순에게 이런 환경을 마련해 주자는 주장이 거센 반발을 일으킬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조두순은 출소 이후 약 7년 동안 위치추적 장치인 전자발찌를 차야 하며 법무부 보호관찰소의 특수범죄정책 담당관이 전담 배치되어 24시간 밀착감시를 받게 된다. 그러나 보호관찰소 관계자만의 감시·감독으로 그의 재범을 막을 수 있을지 여전히 의문이다.

바깥세상 사회에 나온 조두순이 일할 수 있는 환경조성이 안 돼 막상 할 일이 없다면 결국 자기 일상에 대한 불만을 외부로 표출하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불만 표출이 많을수록 국민 누군가에게 범죄 의사를 드러내는 빈도가 점점 더 높아지게 된다. 따라서 조두순이 일정한 시간에 일정한 육체적 체력을 소비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것들이 조두순에 대한 예우나 특혜 혹은 혜택이라고 생각 할 수 있겠지만 특혜나 혜택의 차원은 결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의 한 일만 생각하면 법원의 약한 처벌을 원망하며 더한 처벌이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같을 것이다. 그러나 법치주의가 시행되는 대한민국에서 사적인 응징이나 법을 넘어서는 처벌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국민과 사회를 위해서는 조두순뿐 아니라 조두순 같이 사회로 돌아온 강력 범죄 경력자들이 더 죄를 짓지 않고 사회에 순응해 살아가는 시스템을 만들어 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성폭력 범죄자는 다른 일반 범죄자보다 재범률도 매우 높다. 성범죄자의 경우는 1차 범행 때부터 따로 분류해 정신과 치료와 함께 초동단계에서부터 그에 맞는 교정교육을 병행해 범행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이는 개인과 가정의 책임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다 함께 책임지고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교정 가족의 일원으로서 한 사람의 범인을 잡아 엄중한 법의 심판과 격리 수용, 처벌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보다 모든 범죄가 원천적으로 발붙일 수 없도록 사회적 기반을 조성하고 예방책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 성범죄를 비롯한 모든 범죄를 미리미리 예방해 수용자가 우리 교정 시설에 더 들어오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교정 가족의 일원으로서 당연하고도 가장 기본적인 바람이다. 범죄를 저지르고 교정시설에 들어오면 수용자 한 명당 약 2500만 원의 수용자 비용이 들어간다. 이러한 사회적 비용이 예방적 차원에 선제적으로 사용돼 교정기관에 수용자가 한 사람도 없이 사라져 흰색 백기가 게양되는 날이 어서 속히 왔으면 하는 소망이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