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A컬렉션-미술관 보고 들여다보기] (93)박춘재의 ‘교회 보이는 뒷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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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춘재(1936~2000년)는 1958년 부산사범대학 미술과를 졸업하고 부산일보사, 경남중학교, 조선방직공업사, 국제신문사 등에서 근무했다. 부산일보 연재물 ‘말따라 風精따라’, ‘지리산은 통곡한다’와 국제신문의 ‘死者는 말한다’ 등에 삽화를 그렸다. 부일(釜日)살롱, 부일시론(釜日時論), 여성문예의 삽화 작업도 맡았다.

박춘재는 1973년 동아대학교 회화과에 편입해 학업과 직장생활을 병행했다. 1974년에 첫 개인전을 열었고, 1985년 부산지하철표를 도안하기도 했다. ‘요철판화회’, ‘하상회’ 등에서 동인 활동을 하고 전시 ‘남부전’, ‘부산창작미술가회전’, ‘부산미술 30년전’, ‘부산미술의 흐름(60년대)전’, ‘부산미술의 흐름(70년대)전’ 등에 참여했다.

박춘재는 1960~1970년대 초반까지 도시 풍경에 집중해 다채로운 색과 굵은 윤곽선으로 대상의 생동감과 표현성을 강하게 드러낸다. 70년대 중반부터는 형태를 해체해 점, 선, 면 등 요소들로 표현한다. 이러한 경향은 70년대 후반 반복적인 패턴으로 구조화한 작업으로 이어진다. 1980년대에는 원과 사각 구조를 주축으로 한 추상작업에 돌입한다. 1990년대에는 인체가 덩어리로 맞물리는 푸른 색조의 형상 표현으로 인물의 내재적 감성을 들여다보게 하는 구상작업을 선보인다.

1970년대 초까지 부산의 건물을 소재로 도시 풍경을 많이 제작하는데 건물의 부분적 모습만을 부각하거나 인물이 보이지 않는 풍경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교회 보이는 뒷거리’(1968)는 교회 뒷골목 양쪽에 늘어선 건물과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 하늘을 뒤덮은 덩어리진 구름이 있는 거리 풍경을 담고 있다.

건물의 유리창은 마치 스테인드글라스처럼 여러 가지 색을 가진다. 건물 역시 색조의 대비가 강렬하다. 사람들의 피부색은 어둡고 눈, 코, 입 등을 생략해 인물의 형태를 간략하게 표현했다. 대상의 특징을 포착하기보다 선과 색의 변주로 특정한 도시 풍경이 품은 분위기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

박춘재는 대상의 윤곽을 여러 색의 구불거리는 굵은 곡선으로 그린다. 대상이 품은 내재적 본질을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로 보인다. 이 작품에서도 강렬한 색으로 대상의 윤곽을 두른 미세하게 굽은 선의 표현이 돋보인다. 선이 가지는 운율적 조형성은 도식적이고 구축적인 도시 풍경을 서정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조은정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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