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백신 1호 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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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3차 대유행하면서 일상생활이 거의 마비 단계 직전이다. 마스크 쓰기와 거리 두기 등 강력한 생활수칙 준수에도 지금 상황이 언제 끝날지 기약하기가 어렵다. 결국 코로나19 퇴치를 위한 가장 확실한 수단인 백신 접종에 기대를 걸 수밖에 형편이다.

드디어 며칠 전부터 학수고대하던 백신이 일부 국가에서 접종되기 시작됐다. 덩달아 각국의 ‘백신 1호 접종’에도 관심이 쏠린다. 국민 중 코로나19로부터 누구를 가장 먼저 보호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각국의 시각이 담겨 있어 흥미롭다.

코로나19가 나온 지 343일 만인 지난 8일 세계 최초로 백신 접종을 시작한 영국은 90세 할머니를 선택했다. 보석 가게 직원으로 일하다 4년 전 은퇴했다는 할머니는 “90세인 내가 맞을 수 있다면 당신들도 맞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백신의 안전성을 보여주면서 취약한 고령층을 배려한 모양새를 취했다.

가장 많은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발생한 미국은 14일 자메이카 출신의 중년 간호사(52)를 첫 접종자로 선택했다. 자메이카에서 태어나 조부모 손에서 자란 이 간호사는 성인이 된 이후 간호사를 꿈꾸며 미국에 이민 왔다고 한다. 현재 뉴욕시의 한 병원 중환자실에서 많은 코로나19 환자를 돌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사회의 주류인 ‘백인 앵글로 색슨계 신교도(WASP)’가 아닌 흑인이자 여성을 1호 접종자로 선택한 데에 큰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현장 의료인에게 우선권을 주면서도 다인종 국가인 미국의 상황을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캐나다도 14일 토론토의 한 요양원에 근무하는 요양보호사에게 첫 번째 백신 접종을 마쳤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면역력이 취약한 원주민을 고령자·의료진과 함께 우선 대상자로 고려하고 있는 반면, 인도네시아는 18~59세 경제활동인구를 우선 대상자로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활발하게 경제 활동을 벌이는 연령층이 먼저 면역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 우리나라의 첫 접종자는 누가 될까. 아직 백신 공급 일정도 결정되지 않은 상태여서 국민의 마음은 답답하기만 하다. 일부에선 주한 미군에 배속된 카투사 장병이 처음 백신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도 나온다. 누가 됐든, 지금 심정으로는 하루라도 빨리 우리나라도 접종국 대열에 들어서길 바랄 뿐이다.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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