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이송 의료진에 달랑 ‘마스크 한 장’… ‘불감증’ 요양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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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4명을 포함해 10명의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 부산의 한 요양병원이 확진자를 격리하는 과정에서 의료진에게 제대로 된 보호장비를 지급하지 않아 비판이 제기된다. 방역당국도 요양병원 의료진을 위한 방호복을 제때 지급하지 않았다. 요양병원 관련 확진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안전불감증이 심각하다.

16일 부산시와 A요양병원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전 10시께 요양병원 측은 보건당국으로부터 환자 중 4명이 코로나19에 확진됐다는 통보를 받았고, 곧바로 여러 층에 나뉘어 입원해 있던 이들 확진 환자를 2층의 격리병실로 옮겼다. 이 과정에서 간호조무사 등 의료진이 이동하는 환자의 수발을 들었다.

환자 등 10명 확진 요양병원
입원 환자들 2층 격리실 이송
의료진에 레벨D 방호복 안 줘
마스크 낀 채 작업, 불안 떨어

문제는 환자를 이동시킨 의료진들이 제대로 된 방호복을 제공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보건당국의 매뉴얼에 따르면 병원 내 환자를 이동시킬 때를 포함해 확진자를 대응하는 의료진은 레벨D 방호복을 입게 돼 있다. 그러나 이들에게 지급된 건 보건용 마스크 1장이 전부였다. 보호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병원 직원들의 감염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이들이 출퇴근 하는 과정에서 지역사회 감염으로 퍼져나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이 요양병원 직원은 어느 곳보다 방역에 민감해야 할 병원의 허술한 대응을 전했다. 그는 “요양병원 측이 급하게 비확진 환자와 분리해야 한다며 확진 환자를 2층 병실로 모두 이동시켜야 한다고 했다. 가뜩이나 불안한 상황에서 우리에게 제공된 건 제대로 된 방호복이 아니라 마스크 한 장뿐이었다”며 “만약에 무증상 상태로 확진돼 출퇴근 하는 과정에서 혹시나 가족이나 지인에게 감염시킬까봐 두려웠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지난 14일 A요양병원 직원 1명이 코로나19에 확진되자 직원과 환자를 대상을 전수검사를 실시했고, 15일 오전 추가로 종사자 5명과 환자 4명이 확진됐다. 현재 A요양병원은 동일집단격리(코호트 격리)에 들어간 상황이다.

A요양병원 측은 급하게 확진자들을 분리하다 보니 발생한 사고라고 답했다. 병원 관계자는 “아침 10시께 추가 확진 소식을 듣고 한시라도 빨리 확진자들을 분리하는 데 집중하다 보니 해당 부분을 챙기지 못했다”며 “현재는 모든 의료진이 레벨D 방호복을 입고 업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적시에 보호복을 지급하지 않은 방역당국의 대응도 이 소동에 한몫했다. 최근 확진자 급증으로 보건소 업무에 과부하가 걸린 탓이다. 앞서 취약시설인 요양병원의 전수조사 용으로 A요양병원에는 레벨D 방호복이 일부 지급됐다. 그러나 요양병원 전수조사 과정에서 이를 대부분 소진해 확진자가 나온 당일 오전에는 의료진에게 방호복을 지급하지 못했다.

동구청 보건행정과 측은 “요양병원에 확진자가 나오기 전부터 부산의 전 요양병원에 방호복이 일부 지급됐다. A요양병원의 경우 확진자가 나온 후 방호복 1000개 정도 추가로 지급했다”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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