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20년 업그레이드 기회, 지역민 삶 바꾸는 모멘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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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부산월드엑스포] 전문가 좌담회

부산은 지금 중차대한 기로에 서 있다. 다음 세대의 미래를 위해 ‘2030 부산월드엑스포’ 유치할 수 있느냐가 핵심 키워드다. 초대형 국제 행사인 등록박람회를 부산에 유치하면 가덕신공항 건설은 물론 북항 개발, 광역 교통망 구축 등 동남권 거대 사업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발전을 크게 앞당길 수 있다.

최근 우리 정부는 국제박람회기구(BIE)에 부산월드엑스포 유치 의향을 공식 표명했다. 정부와 부산시가 본격적으로 엑스포 유치 경쟁에 돌입한 것이다. 는 민·관 전문가를 초대해 부산엑스포 유치 전략과 엑스포가 시민에게 가져다줄 삶의 변화에 초점을 맞춰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 15일 오후 3시 회의실에서 박성훈 부산시 경제부시장과 오성근 2030부산월드엑스포범시민유치위원회 집행위원장, 이갑준 부산상공회의소 부회장, 박재율 지방분권부산시민연대 상임대표와 자리를 함께했다.



-2030 부산월드엑스포, 어디까지 와 있나요.

△박성훈=지난 1일 BIE 총회를 통해 정부가 ‘2030 부산월드엑스포’ 유치 의지를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러시아 모스크바도 유치 의사를 표명해 본격적인 경쟁 체제에 돌입했어요.

내년 상반기에 종합적인 유치 계획서를 제출하고, 2023년 상반기에 BIE 실사단이 부산을 방문해 엑스포 유치에 관한 종합 실태를 점검합니다. 같은 해 말에 열리는 BIE 총회에서 회원국 투표로 최종 결론이 나는 거지요. 169개 회원국 가운데 3분의 2의 지지를 받아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조건은 엑스포 유치에 대한 국민의 열망입니다. 부산에서 시작한 유치 열기가 전국으로 확산돼 국가 역량이 집결될 수 있도록 마스터플랜을 수립할 계획입니다.

△오성근=부산은 2014년부터 월드엑스포 유치를 기획했고, 끈질기게 중앙정부를 설득하는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시민단체 중심으로 해 왔던 운동이 지난해 5월 국가사업으로 채택되면서 작은 결실을 맺었어요.

부산 지역사회는 ‘2030 부산월드엑스포 범시민유치위원회’라는 이름으로 부산시는 물론 지역 시민사회와 지역 상공인들이 하나가 돼 같이 뛰어야 합니다. ‘국가사업으로 채택됐으니 끝난 것 아니냐’는 시선도 경계해야 합니다. 엑스포 유치 열망을 부산은 물론 전국적으로 확장시키기 위한 전략도 마련해야 합니다.

△박재율=전국 차원의 중앙유치위원회 역할도 중요합니다. 부산이 중앙유치위의 분과처럼 움직이는 치밀한 시스템과 역할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사가 진행될 2023년 즈음에는 선거 등 정치적 이슈가 많기 때문에 정부만 믿고 있어선 안 됩니다.

-지역 상공계가 엑스포에 거는 기대는 어느 정도일까요.

△이갑준=상공계는 월드엑스포 유치에 대단히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도시 브랜드를 최소 20년은 앞당겨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기 때문이죠. 지역 기업들 중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는 업체가 많습니다. 도시의 격이 올라가면 이런 기업들이 20년, 30년 걸리던 해외 판로 확보를 3~4년 만에 할 수 있습니다. 지역 기업의 혁신도 촉진하고, 새로운 기업 유입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지금 해외 바이어들이 인천공항이나 김포공항에서 김해공항을 거쳐 부산으로 오는데, 그런 인상만으로는 부산을 시골 취급하게 됩니다.

-엑스포를 유치하려면 당장 시민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져야 할까요.

△박재율=지금까지는 연습 게임이고, 국가 간 경쟁이 본격화하는 지금부터가 시작입니다. 부산이 등록엑스포 유치에 성공하면 대한민국은 올림픽과 월드컵, 월드엑스포 등 세계 3대 이벤트를 모두 개최하는 세계 7번째 국가가 됩니다.

부산이란 도시의 위상이 높아지는 건 물론이고 수도권 과밀화라는 고질병도 고칠 기회입니다. 엑스포와 함께 동남권 신공항, 메가시티 등이 함께 논의되고 있기도 하고요. 엑스포 개최 10년 뒤를 내다보며, 엑스포 유치의 중요성을 공유해야 합니다. 상층부만의 공허한 논의가 되지 않도록, 엑스포 유치를 통해 ‘그렇다면 내 삶은 어떻게 바뀔까’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K팝의 선두 주자인 방탄소년단 멤버 2명이 부산 출신인데, 이런 부분들도 잘 활용하면 좋겠습니다.

△오성근=내년 두바이 엑스포를 준비하면서 5000여 개에 달하는 제품 용역의 입찰이 나왔다고 합니다. 집기, 기자재, 위생 관련 제품, 차량 대여, 홍보물 제작까지 분야도 다양합니다. 지역 기업에 이익이 돌아가고, 새로운 산업이 만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데, 과연 부산이 유치할 수 있을까요.

△박성훈=모스크바 말고도 앞으로 5~6개국이 더 유치전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합니다. 2025년 엑스포 유치 때 의향을 표명했던 미국(휴스턴), 캐나다(토론토), 네덜란드(로테르담), 아제르바이잔(바쿠) 등입니다. 우리는 K방역, K콘텐츠 등을 비롯해 스마트 혁신과 ICT 강국이라는 점을 경쟁력으로 활용할 수 있겠지요. 엑스포 장소가 북항 일원이라는 것도 매력적인 요소입니다. 부산 원도심의 핵심 공간인 북항은 부산이라는 도시가 태동한 곳이어서,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혁신 가치를 잘 보여 주는 공간입니다.

일각에선 2025년 오사카 월드엑스포에 이어 아시아에서 유치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하지만 BIE는 대륙별 배분 원칙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좋은 콘텐츠가 더 중요하죠. 1962년 미국 시애틀, 1967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월드엑스포가 열렸고, 2005년 일본 나고야에 이어 2010년 중국 상하이에서 개최되기도 했습니다.

△오성근=차별성을 강하게 어필해야 합니다. 올림픽과 월드컵, 엑스포 등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경험도 강조할 필요가 있다. 특히 대전 엑스포는 개발도상국에서 최초로 성공적으로 개최한 행사로 손꼽히며 BIE 회원국 숫자가 급증하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여수 엑스포 역시 해양과 자연 부문의 전문엑스포로 의미 있는 성과를 냈습니다.

-가덕신공항 건설 등 해결해야 할 숙제가 참 많습니다.

△박성훈=월드엑스포 개최지 평가의 중요한 요소로 접근성이 꼽힙니다. 해외 방문객들이 손쉽게 부산을 드나들 수 있는 24시간 운영 관문공항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지요. 2029년에 개항하도록 가덕신공항 특별법을 패스트트랙에 태워 신속하게 추진해야 합니다. 또 엑스포 유치는 미군 55보급창을 이전시킬 수 있는 지렛대이자 동력이기도 합니다. 부산시는 10월 주한미군을 방문해 55보급창 부지 반환을 요청했고,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박재율=현실적으로 미군 역시 접근성 등의 이유로 55보급창을 잘 활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55보급창 이전 작업을 반드시 이번 기회에 진행해야 합니다.

-엑스포를 유치하면 시민 삶은 어떻게 바뀔까요.

△오성근=2010년 상하이 월드엑스포가 좋은 사례일 겁니다. 상하이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에서 월드엑스포가 열렸습니다. 그곳에 녹지와 문화예술공간이 들어섰고, 주변에는 우수한 환경의 주거시설과 상업구역이 형성됐어요. 이후 상하이의 중심 지역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월드엑스포는 부산 원도심 지형 자체를 바꾸고, 지역민 삶의 질을 바꾸는 모멘텀이 될 겁니다. 빌 게이츠가 어릴 적 엑스포를 보며 자신의 꿈을 키웠던 것처럼, 부산에서도 미래세대 교육 효과를 불러일으킬 겁니다.

△이갑준=월드엑스포로 북항 복합리조트도 다시 조명을 받고 있습니다. 오픈카지노 형태가 아니더라도 투자 의향을 내비치는 자본이 생겨나고 있는 겁니다. 복합리조트가 형성된다면 대한민국 최대의 관광 복합시설이 부산에 들어서고, 일자리만 적어도 1만 개 이상이 생겨날 것으로 기대됩니다.

△박재율=‘성공하려면 서울로 가야 한다’는 인식을 바꾸는 계기로 삼아야죠. 동남권 광역 연합, 새로운 형태의 행정 모델, 일자리 창출, 네트워크 형성으로 부산이 국가 전체의 모델이 될 수 있도록 큰 그림을 제시해 줘야 합니다. 월드엑스포를 유치하면 부산 시민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되는지 충분히 공유해 갈등은 지양하고 동력을 결집시켜야 합니다.

△박성훈=6개월간 세계에서 5000만 명 이상이 찾는 엑스포가 끝난 뒤에도 시민 곁의 세계적인 유산으로 남도록 계획하고 있습니다. 범시민적, 범국민적 유치 의지를 하나로 모아서 원동력으로 키워 나가는 데 부산시가 구심점이 돼 엑스포 유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박세익·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사진=강원태 기자 w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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