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상 첫 검찰총장 징계, 국론 분열로 헛심 쓸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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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가 16일 정직 2개월로 결론이 났지만 그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현재로선 가늠하기 힘들다.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처분은 우리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 그 충격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우선 검찰은 수장의 처벌을 그 배경이 무엇이건 간에 조직 전체에 대한 불명예로 받아들여 크게 동요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추-윤 대전’으로 대변되는 법무부와 검찰 간 갈등으로 인한 정국 혼란과 국론 분열이 이번 징계로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증폭될 위험성까지 제기된다. 사태가 그런 식으로 진행돼선 안 된다. 이번 징계에 따른 후폭풍과 부작용은 최소화돼야 한다.

윤 총장 반발로 혼란 더 심각할 수 있어
정부·여당 진정으로 검찰개혁 완수해야

문재인 대통령은 이른 시일 내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제청을 받아 윤 총장 징계를 재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내년 7월까지 임기가 보장된 윤 총장으로선 징계 처분을 순순히 받아들일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는 자신에 대한 정직 결정이 부당하다며 법에 따라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조만간 징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과 본안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총장의 이 같은 반발은 인사권자인 문 대통령에 정면으로 맞서는 모양새다. 이미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은 여야 간 정치적 논란은 물론 국정에까지 혼선을 빚게 해 국민을 힘들게 했다. 그런데 갈등의 상대가 대통령으로까지 확대된다면 그 양상은 ‘추-윤 대전’보다 훨씬 심각할 수밖에 없다.

추 장관을 중심으로 법무부가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밀어붙이고 여당이 이를 지원 사격한 명분은 검찰개혁이다. 윤 총장의 지난 일련의 행위가 검찰총장의 직무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검찰개혁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 대해 의심의 눈길을 보내며 비판하는 목소리도 분명 있다. 야당의 한 의원은 문 대통령에 대해 ‘독재자’라는 표현을 쓰며 이번 징계가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하지 못하게 하려는 찍어내기 책동으로 규정했다. 심지어는 윤 총장 징계를 국회에서의 공수처법 개정안 통과와 연관 지어 문 대통령의 퇴임 후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수순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세세한 사정이야 어떻든 현 사태를 수습할 일차적인 책임이 징계를 밀어붙인 정부와 여당에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기 위해선 윤 총장 징계의 정당성을 증명해야 한다. 그 길은 정부와 여당이 윤 총장 징계의 명분으로 줄기차게 주장해 온 검찰개혁을 불편부당하게 추진해 완수하는 데 있다. 일제강점기에 그 뿌리가 닿아 있는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 독점은 오늘날 검찰을 무소불위의 성역으로 만들었고, 그 폐해는 정치적·선택적 기소, 제 식구 감싸기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다. 이를 바로잡자는 게 검찰개혁이다. 정부와 여당은 이 시대적 소명에 진정성과 능력을 보여 줘야 한다. 그래야 또다시 국론을 분열시키는 우를 범하지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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