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유지지원금마저 끊겨, 선택지는 해고·폐업·휴업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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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관광·마이스업계 ‘사투’

올해 초 부산 관광·마이스(MICE) 업계는 흥분으로 가득찬 채 출발했다. 부산이 국제관광도시로 선정되면서 ‘부산 관광 르네상스’를 맞게 됐다는 기대감 덕분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닥치면서 기대는 물거품처럼 사라졌고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여야 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현재 부산 관광·마이스 업계에는 도무지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한탄만 가득하다.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는 사치에 불과할 뿐이다. 부산관광공사 조사 결과, 올해 부산 관광 기업 절반이 전년 매출의 10%에도 못 미칠 정도로 처참하게 무너져 있기 때문이다. ‘국제 관광 도시’ 타이틀이 허울로만 남지 않으려면 특단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영세 여행업체 사실상 모두 휴업
“포스트 코로나 고민은 사치
고정비 지원 등 특단 대책 필요”

■‘도대체 긴 터널의 끝은 어디입니까?’

부산의 여행사 대표 A 씨는 폐업이냐 휴업이냐를 조만간 결정해야 할 상황에 직면해 있다. 매출은 지난해의 2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여기에 인건비, 임대료 등 매달 나가는 고정비만 1600만 원이다. 이미 5000만 원을 대출받았고 사재도 털었지만 역부족이다. A 씨는 “제 삶이 녹아 있는 여행사를 접어야 할 시점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16일 부산시에 따르면, 올 9월 말 기준으로 지역 여행업체 1608곳 중 89개 업체가 폐업하고, 28개 업체가 휴업했다.

업계에서는 폐업이나 휴업한 업체가 시의 통계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여행을 주로 취급하는 소규모 업체들은 사실상 모두 휴업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부산 호텔업계도 코로나19 재확산에 두 손 들었다. 연말에는 늘 만실이었으나, 올해 객실 점유율은 지난해 대비 70~80%에 머물러 있다. 동창회, 송년회 등 연말 행사도 지난해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부산 마이스업계도 치명타를 입었다. 국제행사 등 각종 행사 대다수가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부산관광마이스진흥회, 부산관광공사 등에 따르면 부산 마이스업체 175곳 중 절반 이상이 전년 대비해 80% 이상의 매출이 감소했다. 또 이 중 92%가 코로나19로 피해를 입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부산에서 개최될 예정이던 국제행사 900건 중 60% 이상이 연기되거나 취소됐다.



■ 관광·마이스 생존 위한 지원 절실

부산 관광·마이스업계는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적지 않은 업체가 앞으로 정부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지 못한다면 대량 해고나 폐업에 나서야 한다.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기간은 업체별로 최대 240일. 대다수 업체들이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올 4~5월에 고용유지지원금을 받기 시작했다. 따라서 지난달에 끊겼거나 이번 달에 고용유지지원금이 끊기게 된다.

‘포스트 코로나’ 대비는 언감생심이다. 한 여행사 대표는 “여행 상품을 기획하고 전략을 짜는 데 1년 이상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자금을 고정비에 모두 쏟아 넣고, 직원들은 쉬고 있어 도저히 준비할 힘이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실질적 지원책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임대료, 인건비 등 고정비를 지원하고 대출 기준을 확대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부산관광공사의 ‘2020 코로나19 이후 부산 관광수요 예측 조사’에서 기업의 42.4%가 당장 필요한 정부 지원책으로 ‘기업 운영자금 지원’을 꼽았다. 또 고용유지 지원 제도 개선(22.5%), 세제 감면 또는 납부 유예(14.9%) 순이었다.

부산관광마이스진흥회 관계자는 “이제 정부 지원책은 경영 위기를 타계할 수 있는 방안은 물론 향후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는 부분에도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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