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정리‘신혼 경찰’ 임신 아내 두고 ‘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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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 중 사고로 쓰러진 해운대경찰서 교통과 A 경장의 책상. 해운대경찰서 제공

“이 친구야, 의식 되찾고 활짝 웃는 모습으로 얼른 돌아와야지….”

16일 오후 부산 서구 부산대병원 중환자실에서 해운대경찰서 김영일 서장은 이렇게 되뇌었다. 김 서장 앞에 누워 있는 이는 며칠 전까지 같이 일하던 해운대경찰서 교통과 A(29) 경장이다. A 경장은 가족과 동료들의 간절한 바람과 달리 사흘째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8월 결혼 해운대서 29세 경장
퇴근 차에 치여 3일째 의식불명
코로나 탓 중환자실 면회 제한
억장 무너진 가족·동료 ‘침통’

가해자 전방주시 태만 조사 중

A 경장이 쓰러진 것은 지난 14일 오후 6시 50분께. 그는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한 교차로에서 퇴근길 교통 정리를 하던 중이었다. 한창 수신호로 교통정리를 하던 그때 승용차 한 대가 교차로 유도선을 따라 좌회전을 하다 A 경장을 들이받은 것이다. A 경장은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주변을 지나던 119 구급대원에 의해 곧장 대학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운이 따르지 않았다. 병원에서 뇌수술을 받은 그는 사흘이 지난 지금까지도 중환자실에 누워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사고 전까지만 해도 A 경장은 남부러울 것 없었던 행복한 단꿈을 꾸고 있었다. 그는 8월께 모두의 축복 속에 결혼식을 올린 새신랑이다. 아이를 가진 아내와 A 경장의 가족은 사고로 큰 충격에 빠진 상태다. 더 기막힌 것은 가족들이 A 경장의 곁을 계속 지킬 수도 없다는 사실이다. 코로나19라는 악재에 중환자실 면회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연일 경찰 동료들과 지인들이 병원을 찾고 있지만, 그의 손 한번 제대로 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순식간에 벌어진 비극에 경찰 동료들도 말을 잇지 못한다.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도 근무를 이어가고 있지만 일손이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 해운대경찰서 조한기 교통과장은 “안타까운 사고로 마음이 무너지는 심정이다. A 경장은 마음이 따뜻하고 맡은 일을 성실하게 해냈던 든든한 직원이자 한 식구였다. 기적처럼 다시 일어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매일 병원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2016년에 임용된 ‘청년 경찰’ A 경장은 실력으로 인정받는 경찰관이었다. 2018년 교통부서로 발령받은 그는 부산경찰청장 표창을 포함해 임용 4년 만에 무려 6차례나 표창장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교통단속 우수공적으로 경찰서장 표창을 받하기도 했다. A 경장은 자긍심과 보람으로 충만한 경찰관이었다.

해운대경찰서뿐만 아니라 부산경찰청 등에서도 A 경장의 쾌유를 바라며 간절한 소망을 보태고 있다. 부산경찰직장협의회 이동욱 회장은 “모두 사고 소식에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며 의식을 되찾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며 “슬픔에 빠져 있을 가족의 상황을 챙기면서 힘을 보탤 것”이라고 전했다.

해운대경찰서는 가해 운전자를 조사하고 있다. 가해 운전자는 신호에 따라 정상 주행 중이었고 음주 운전도 아니었다. 현재로서는 가해 운전자의 전방 주시 태만으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무게가 실린다. 경찰은 교차로 CCTV 등 증거를 통해 혐의가 확인될 경우 관련법에 따라 운전자를 입건할 계획이다.

한편 공무원 관련 보험법상 A 경장은 ‘공무상 피상(사고 상해)’으로 분류돼 지방청 신청, 인사혁신처 승인 등 절차를 거친다면 의료비 전부를 지급받을 수 있다. 또 경찰청 측 특별 위로금 차원에서 최대 36개월까지 6개월 미만의 경우 하루 2만 2000원, 6개월 초과 시 하루 5000원 선의 미출근 비용을 지급받을 수 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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