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따라가며 읽는 부산 문화·역사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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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바다, 강, 산 등을 유람한 선인들의 한시를 통해 읽는 부산의 역사 산책이다. 한시와 고전, 역사에 해박하고 관심이 많은 저자의 이력을 한껏 살렸다. 최근 출간된 책 <좌수영 수군, 절영도 사냥을 나가다>를 두고 하는 말이다.

저자는 2014년부터 부산초량왜관연구회 정기 간행물 <새띠벌의 메아리> 편집장을 맡고 있는 박하(사진·본명 박원호) 시인이다. 2004년 계간 <시의 나라>를 통해 등단한 그는 건설엔지니어((주)하우엔지니어링 부사장)이기도 하다.

공학도 출신 시인 박하의 <좌수영…>
조선 수군 절영도 군사훈련 장면
최고 소금 생산지 강서구 명지 모습
15세기 중반 동래온천 풍경 등
한시 통해 부산 역동성 생생히 담아

그래서일까? 공학도 출신의 눈으로 본 옛 부산의 역사와 문화가 신선하다.

먼저 제목부터 궁금증을 자아낸다. 수군이 사냥을 나간다니. 수군이 사냥한다면 작살로 고래나 고기를 잡는다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잠시 들었다가, 사냥 장소가 절영도(지금의 영도)란 말에 얼른 의문을 내려놓는다. 경상 좌수영 수군 부대가 함대를 이끌고 절영도로 출동해 사냥한다는 뜻이다. 당시 조정에서 파견된 훈련 심사관이었던 선위사 이민규(1589~1670)는 경상 좌수영 수군의 해상 출동에서부터 절영도 사냥까지 전 과정을 장편 시로 남겼다. 저자는 이를 한 편씩 현장감 있게 풀어낸다. 시를 통해 수군의 사냥은 단순한 오락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혹시 닥칠지도 모를 전란에 대비한 군사훈련이었다. 또한 수군이 주도했지만, 해당 지역의 육군과 지역민이 합세한 합동작전이었다. 시는 사냥이 일본을 경계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도 알린다.

조선 후기 학자인 이종기(1837~1902)의 시 ‘명호염연(鳴湖鹽煙)’을 통해서는 부산 강서구 명지가 조선 시대에는 우리나라 최고의 소금 생산지였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명호(지금의 명지) 십 리 소금 굽는 연기가 일고/한낮 모래밭 소금 이슬 곱기도 하네/배에 실어다 등짐져 나르기 천백리/집집마다 항아리에 샘처럼 담기네(박하 풀이). 시 ‘명호염연’은 당시 명지의 소금 생산 모습을 이처럼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점필재 김종직(1431~1492)의 시 ‘동래현온정(東萊縣溫井)’을 통해서는 15세기 중반 동래 온천의 풍경을 상상한다. 조선왕조실록 세종조에도 일본인 사신들이 동래온천을 다녀갔다는 기록이 있는 곳. 하지만 민초들에게는 고통의 온천이었다. 일제강점기엔 초량 거주 일본인들은 물론이고, 관부연락선을 타고 부산항에 내려, 서울로 향하는 일본인들도 으레 동래온천에 들르는 게 다반사였다.

책은 모두 4부(부산의 바다, 낙동강, 금정산, 동래온천·기타 편)로 구성돼 부산 문화의 DNA를 찾는다. 형식은 먼저 관련 시를 제시하고, 이를 토대로 부산의 역사를 산책한다. 그래서 책의 부제가 ‘옛 詩 따라 다시 부산 산책’이다. 조선 후기 동래부에 있었던 관용 정원 ‘태평원’ 이야기, 기장군 기장읍 ‘시랑대’의 유래는 읽는 재미를 더한다.

저자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역사보기를 시도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지금 부산이 다이내믹하다고 하는데, 이미 과거에도 부산이 다이내믹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저자는 “옛 정자 따라 다시 부산 산책’처럼 향후 2탄, 3탄도 준비 중이다”고 했다.

책에 실린 글들은 계간 <부산시인>과 <새띠벌의 메아리> 등에 연재한 글과 매주 일요일 동호회 밴드에 ‘절절漢詩’란 이름으로 연재했던 글 일부를 엮었다. 부산의 역사적 숨결을 찾는 이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듯하다. 이력이 화려하다 보니 저자는 <그래도 도시예찬> 등 시집을 포함해, <초고층빌딩 홀로 도시를 꿈꾸다>, <북한의 도시를 미리 가봅니다>, <낯설어도 훈훈한 페르시아 실크로드를 가다> 등 10여 권의 책을 펴냈다.

정달식 선임기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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