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디토리움의 명반시대] 50. 존 레전드 ‘A Legendary Christ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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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 전과는 다른,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크리스마스 시즌이기도 합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내가 사랑하는 연인과 가족 그리고 이웃·동료들과 함께하던 풍경은 마치 전혀 다른 세계의 풍경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자 우리의 소중한 동반자들은 곁에 함께하지요. 그것은 여전한 사실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우려와 걱정이 크고 유난히 각박한 만큼 올해의 크리스마스는 인연과 사람에 대한 소중함이 우리 마음 안에서 더 단단해져 가는 듯합니다.

크리스마스를 준비하고 그것을 기다리는 마음 역시 변하지 않는 풍경일 것입니다. 이 기다림에서 가장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크리스마스 캐럴이 아닌가 싶습니다. 크리스마스에 관한 음악은 사실 꼭 이즈음이 아니더라도, 예를 들자면 우리가 한여름 밤 ‘실버벨’의 한 소절만 들어도 순간 이동을 한 듯 크리스마스의 어느 순간을 떠올리게 할 때가 많습니다. 마치 마술처럼 그 어떤 음악보다 사람의 마음과 기억을 움직이지요.

매년 겨울 음악가가 크리스마스 캐럴을 커버하거나 또 크리스마스를 위해 새 음악을 발표하고는 합니다. 저는 캐럴을 무척 사랑하는 사람 중 하나지만 개인적으로 이러한 시즌 송을 반가워하는 편은 아니었습니다. 그 이유는 이 음악들이 공을 들이거나, 그 아티스트의 또 다른 감성을 전해줘 듣는 이를 즐겁게 하는 경우가 사실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런 저의 기억이 편견이었다는 듯 많은 아티스트들에 의해 새로운 옷을 입은 멋진 크리스마스 음악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올해는 유독 더 멋진 캐럴 음악이 많다고 느껴지는 것은 저의 기분 탓일까요.

존 레전드(John Legend)가 2018년 발매한 앨범 ‘A Legendary Christmas’는 이런 멋진 크리스마스 커버 앨범 중에서도 단연코 돋보이는 앨범입니다. 존 레전드는 가수이자 작곡가, 그리고 배우이자 프로듀서입니다. 본인의 음악뿐 아니라 알리시아 키스, 제이 지 등과의 협업으로도 유명한데요. 이미 그의 앨범은 수많은 판매고와 그래미를 비롯한 각종 시상식의 수상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국내에도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그의 앨범 속 캐럴은 우리에게 익숙한 멜로디이지만 원곡의 따듯함을 더욱 충만해지도록 생명력을 불어넣습니다. 소울과 리듬앤드블루스를 기반으로 이어지는 캐럴 멜로디는 크리스마스 음악이라는 주제를 떠나 앨범 자체의 완성도만으로도 무척 훌륭합니다. 때로는 ‘이 곡이 그 곡이었어?’라고 생각할 정도로 달라진 곡도 있습니다. 또 ‘오히려 이렇게 재해석을 해 준다면 어떤 크리스마스 음악도 듣겠어!’라며 감탄을 자아내게 하지요. 특히 두 번째 트랙 ‘실버벨스’ 그리고 ‘노 플레이스 라이크 홈’과 같은 곡들은 이 음반을 또 하나의 크리스마스 앨범 명작으로 오랫동안 기억하게 만들기에 손색이 없을 만큼 멋집니다. 김정범 성신여대 현대실용음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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