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에 ‘휴대폰 선의’ 베푼 행인... “방역 우선” 식당 이름 공개한 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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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남구에서 코로나19 환자 접촉자나 방문 장소와 관련한 안타까운 사연과 훈훈한 미담이 동시에 퍼지고 있다. 거리에서 만난 환자에게 선의를 베풀었다가 보건소 검사를 받아야 하는 남성과, 손해를 감수하고도 식당 명칭 공개에 동의한 업주의 이야기다.

17일 부산 남구청은 긴급재난문자를 보내 한 남성에게 보건소 상담을 받아 달라고 요청했다. 문자에는 이날 오전 9시 40분께 남구 한 은행 앞에서 ‘여성 핸드폰을 받아 위치를 알려준 남성을 찾는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남구보건소에 따르면 노인인 여성 A 씨는 지난 16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생활치료센터로 이동해야 했다. 남구보건소는 17일 오전 A 씨 거주지 주변으로 앰뷸런스를 보냈지만, 당시 운전기사가 도착한 장소와 A 씨가 이동한 장소가 엇갈렸다. A 씨는 운전기사와 통화를 하다가 길에 서 있던 남성 B 씨를 발견했다. A 씨는 B 씨에게 휴대전화를 건네며 자신이 있는 곳이 어딘지 설명을 부탁했다. B 씨는 흔쾌히 여성의 휴대전화를 받아 운전기사에게 장소를 설명했다.

남구보건소는 이러한 사실을 파악한 뒤 곧장 긴급재난문자를 보냈다. 휴대전화를 만진 B 씨에게 바이러스가 전달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남구보건소 이은주 감염병관리팀장은 “보통 집 앞으로 앰뷸런스를 보내면 주변에서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아 인근 장소에서 환자를 만나곤 한다”며 “A 씨가 고령이라 길이 엇갈렸다가 휴대전화를 건넨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남구보건소는 자신이 B 씨라고 주장하는 남성이 검사를 마친 상태라고 밝혔다. 해당 남성이 B 씨가 맞는다면 길을 알려주기 위해 선의를 베풀었다가 코로나19 검사를 받게 된 셈이다.

코로나19 환자가 다녀간 남구 한 식당은 ‘통 큰 결심’을 하기도 했다. 환자가 방문한 시점은 지난 11일 점심시간. 해당 식당은 QR코드와 방문자 명부를 착실하게 작성했지만, 수백 명이 같은 시간대에 머문 것으로 추정됐다. 남구보건소는 개별적으로 연락을 하려면 최소 며칠이 소요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그 사이 확진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 돌아다니다 추가 감염 피해 우려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남구보건소 측이 이러한 사정을 설명하자 해당 식당 업주는 이름을 공개해도 좋다고 흔쾌히 승낙했다. 보통 사업장 이름이 공개되면 손님이 줄어들거나 경제적 타격이 커 환자 방문 사실을 꺼리는 게 일반적이다. 손해를 감수하고 방역 당국 사정을 이해한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업주는 이 같은 미담이 알려지는 것은 꺼려 했다.

이우영·박혜랑 기자 verd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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