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이면 이왕장식’ 간판이 들려주는 이야기 들어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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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 얼음(금정구 장전동), 공항탕(강서구 대저동), 이왕이면 이왕장식(사하구 장림동), 죠다쉬(연제구 거제동), 동아듸젤(영도구 남항동)의 간판. 부산문화재단 제공

황금여인숙, 공항탕, 죠다쉬, 동아듸젤… 간판으로 마주하는 시대의 기억.

낡은 집과 오래된 마을이 사라진 자리를 말끔하게 정비된 새로운 것들이 대체한다.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사라진 것 중에는 오래된 간판이 있다. 해당 공간의 이름을 담은 ‘간판’은 사람의 이름을 담은 ‘이름표’와 같다.

부산문화재단 ‘B-SIDE:부산의 간판’전
16개 구·군 대표하는 오래된 간판 사진전

‘B-SIDE:부산의 간판’은 부산의 사라져 가는 것들을 재조명하는 기획 사진전이다. 부산문화재단이 마련한 이 전시는 사라져 가는 도시의 속 여러 이름표를 보여준다. 전시는 오는 27일까지 부산 사상구 괘법동 CATs-사상인디스테이션 소란동에서 열린다.

‘부산의 간판’을 기록하는 프로젝트에는 13명의 청년들이 참여했다. 프로젝트 총감독은 문진우 사진가, 멘토는 최철민·구주환·이계영 사진가가 맡았다. 이들에게 사진 교육을 받은 청년들은 부산의 16개 구·군을 다니며 옛 간판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전시에서는 16개 구·군을 대표하는 다양한 간판을 만날 수 있다.

이왕이면 이왕장식(사하구 장림동), 요있네 순영찻집(서구 남부민동), 시원 얼음(금정구 장전동), 장터이모(연제구 거제동/거제시장로 위치), 공항탕(강서구 대저동/김해공항 인근 위치), 호랑이표용접봉(영도구 대평동), 까꼬뽀꼬 헤어라인(영도구 동삼동) 같은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간판이 웃음을 부른다.

황금여인숙(동구 초량동), 죠다쉬(연제구 거제동), 황태자빵(동래구 온천동) 명문당(동래구 온천동), 수다방(영도구 대평동), 청룡식당(북구 화명동), 명동여인숙(서구 남부민동), 서울공업사(중구 부평동) 등 간판과 건물에서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누적된 시간이 느껴진다.

문진우 사진가는 “프로젝트 참가자들이 10월부터 2000여 장의 간판 사진을 찍었다”며 “이들은 사진을 찍으며 평소에 그냥 스쳐 지나가던 간판에 관심을 가지고, 간판을 통해 변화하는 시대의 변화를 느끼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문 사진가는 “도심의 간판보다 변두리 지역의 간판들은 건물 자체도 낡고 간판도 낡은 상태로 보존되어 있다”며 각 건물과 간판의 조화를 눈여겨 볼 것을 제안했다.

‘부산의 간판’ 기획전시에 참여한 청년들은 간판에 담긴 옛날 이야기들까지 채집해서 보여준다. 2층 전시장 한쪽에는 추억의 옛날 문방구 모습을 보여주고, 3층에서는 간판들로 재구성한 골목길을 만날 수 있다. 또 각 가게들의 이야기도 함께 들려준다.

한편 ‘부산의 간판’ 전시는 코로나19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사전예약 관람제로 운영된다. 시간당 5명까지 예약이 가능하다. 문의 051-316-7631. 오금아 기자 ch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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