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젓이 조문 온 사람이 가해자일 줄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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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장례식장을 찾아온 조문객이 가해자였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올 10월 동생 A(24) 씨를 먼저 보낸 누나 B 씨는 장례식날을 기억하며 몸을 떨었다. 빈소에는 20대 한 무리가 찾아왔다. 동생이 숨지기 직전 함께 술자리를 가진 아르바이트 동료 4명과 이들의 지인인 C(24) 씨였다.

‘혼자 넘어져 사망’ 의혹 20대
국과수 부검 결과 뇌출혈 드러나
술자리 일행 폭행치사 혐의 구속
유족 “시신 앞에서 거짓말” 치 떨어

C 씨 일행 중 한 명은 유족에게 “만취한 A가 혼자 넘어져 사고를 당했다”고 설명했다. 이 말을 철석같이 믿은 유족들은 조문객 대접을 하고 이들을 돌려보냈다.

그러나 약 한 달 뒤 나온 국과수 부검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왼쪽 후두부 경막 외출혈, 왼쪽 후두골 골절 등의 외상성 뇌출혈이 사망 원인이라고 했다. 한 마디로 폭행으로 인한 사망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A 씨 사망 원인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경찰의 부검 신청과 검찰의 부검 결정이 없었다면 사건이 묻힐 수도 있었다.

조문객으로 빈소를 찾았던 C 씨는 유력한 가해자로 지목돼 현재 폭행치사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부산 부산진경찰서는 “몸싸움을 하다가 A 씨의 의식을 잃게 하고 그를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폭행치사)로 C 씨를 구속했다”고 20일 밝혔다. C 씨는 10월 14일 오후 11시 40분께 부산진구 부전동의 한 술집 인근 도로에서 A 씨와 몸싸움을 벌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아울러 경찰은 당시 주변에 있던 동료도 추가로 조사 중이다. 지난 17일 C 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고 현재 그는 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된 상태다.

경찰과 A 씨 유족 등에 따르면, 그날 밤 A 씨는 아르바이트를 함께하는 동료 4명과 술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A 씨와는 초면인 C 씨도 있었다. 이들은 술을 마시다 말다툼을 벌였는데, 멱살을 잡고 실랑이를 하는 도중 C 씨가 A 씨를 밀쳐 넘어뜨렸고 A 씨는 그 길로 의식을 잃었다.

그런데도 C 씨와 일행은 정신을 잃은 A 씨를 병원 대신 인근 모텔로 데려가 눕힌 뒤 제각기 흩어졌다. 국과수 검안에 따르면 A 씨 사망 추정 시각은 15일 새벽. 모텔방에 홀로 방치되어 있던 상태에서 숨진 것이다.

유족은 ‘C 씨 일행이 119에 신고만 했더라도 아들이 살았을 것’이라고 분개하고 있다. A 씨는 해양경찰을 꿈꾸던 20대 청년이었다. A 씨가 하던 아르바이트는 공무원 학원에 낼 학원비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던 그는 생면부지의 또래에 의해 한순간에 목숨을 잃었다.

B 씨는 “가족이 지금도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이라고 울먹였다. 이어 “동생의 동료라는 사람들이 빈소에서, 그것도 동생의 시신이 있는 곳 앞에서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했다. 꿈 한번 꿔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 동생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싶다”고 호소했다.

한편 경찰은 C 씨 외 일행에 대한 조사를 벌이는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일행에게 A 씨 구호조치 의무가 있었는지 당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법적 검토를 거치는 중이다”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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