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한파에 얼어붙은 부산 부동산, ‘일단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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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산 아파트값 상승을 주도했던 부산 강서구를 비롯해 부산 9개 구가 새로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서 부산 전체 아파트 시장이 급랭하고 있다. 부산 강서구 명지국제신도시. 부산일보DB

정부의 ‘12·17 부동산 규제’로 부산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었다. 국토교통부가 지방으로 확산하는 부동산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 지난 17일 부산 9곳 등 전국 37곳을 무더기로 규제지역으로 지정하자 해당 지역의 부동산 관련 문의와 거래는 급격히 줄었다.

사실상 부산 전역이 규제 대상이 된 만큼 부동산 시장의 조정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지난해 11월 해운대 수영 동래구의 조정대상지역 해제 후 해당 지역 부동산 가격이 빠르게 치솟은 학습 경험이 있어 급매물을 내놓는 등 예민하게 반응하기보다는 시장을 한동안 관망하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초강력 정책에 현장선 당혹
‘핫’ 강서구도 매수 문의 ‘뚝’
내년 거래 줄고,가격 약보합세
다주택자 급매물 나올 가능성
매수 3~6개월 정도 지켜봐야

국토교통부는 지난 17일 부산 금정, 부산진, 북, 강서, 사상, 사하, 서, 동, 영도구 등 9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추가 지정했다. 부산지역 조정대상지역은 지난달 19일 지정된 해운대, 동래, 남, 수영, 연제구 등 5곳을 포함해 모두 14곳으로 늘었다. 부산의 16개 구·군 중 기장군과 중구를 제외한 14개 구가 조정대상지역으로 관리된다.

예상을 훨씬 뛰어넘은 정부의 초강력 규제에 부동산 전문가들은 물론 지역의 부동산중개사무소 등 현장도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부산 영도구의 한 부동산중개사무소장은 “영도까지 규제지역으로 묶일지는 전혀 예상을 못 해 지역민들의 불만이 비등하다”면서 “최근 이 지역 아파트 가격도 조금 오르면서 매수 문의가 제법 있었는데, 조정대상지역 발표 이후엔 문의가 뚝 끊겼다”고 말했다.

최근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며 계약금 배액배상도 빈번했던 강서구의 분위기도 반전했다. 강서구는 12월 둘째 주에만 아파트 가격이 1.36% 올라 전국 1위에 오르는 등 최근 가덕신공항 이슈로 부산의 부동산 시장을 이끌었지만, 규제 지역 발표 이후 매수 문의가 거의 사라졌다. 강서구 명지동의 한 부동산중개사무소장은 “해운대 등이 규제지역으로 묶인 11월 말부터 매매가 줄긴 했지만, 강서구도 조정대상지역이 되면서 세금 관련 문의 외에는 전화도 거의 오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또 “조정대상지역에서 풀리면 더 뛸 것이란 기대심리가 있어선지, 아직 급매물은 없고 지켜보려는 분위기가 강하다”면서도 “외부인들의 투자가 많았는데, 보유세가 부담되는 다주택자의 급매물이 내년 상반기에는 조금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조정대상지역에서 빠져 풍선효과가 예상되는 기장군이나 경남 양산, 김해 등지에서도 일단은 관망세가 두드러진다. 규제지역에서 제외돼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란 기대심리는 있지만, 반면 정부의 계속된 규제가 조만간 해당 지역까지 포함될 가능성도 있어 매수자들이 매수 타이밍을 늦추는 모습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앞으로 부산 부동산 시장의 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본다. 강정규 동의대 부동산대학원장은 “규제 강화로 실수요자와 투자자 수요 모두 한계에 도달해 거래는 줄고, 가격도 약보합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면서 “특히 내년은 대부분 지역의 (약)보합세, 해운대 수영 동래 등 일부 재건축·재개발 단지의 가격 상승, 일부 비인기 지역의 침체 등 ‘삼극화’가 고착화되는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래 부동산 서베이 대표는 “기본적으로 한동안 관망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서부산권과 조건이 같아진 동부산권이 다시 더 관심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또 내 집 마련을 목표로 하는 실수요자는 매수 시기를 조금 늦추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김혜신 솔렉스마케팅 부산지사장은 “지역별로 속도 차이는 있겠지만 어떤 형태로는 부산 주택시장의 가격 조정은 진행될 것”이라면서 “매수자 입장에서는 당장 서두를 필요 없이 3~6개월 정도 지켜보고 움직이는 게 좋을 듯하고, 다주택자 등의 세금 회피 목적 처분 물건이 꾸준히 나올 수 있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희경 기자 him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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