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하시는 겁니까?” “예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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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석 작가가 동광동에 위치한 작업실 안에 인터넷 방송 스튜디오를 설치하고, 작품 안에서 방송하는 모습.

“지나가다 봤는데 여기서 뭐 하시는 겁니까?”

부산 중구 동광길 59. 작은 가게 윈도 안에 색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가게 안에 초록색 공간을 만들고 그 속에 누군가 앉아 있다. 그 사람 앞에 놓인 모니터에는 인터넷방송에서 보는 영상과 댓글들이 펼쳐진다.

설치작가 김기석 인터넷방송으로 작업
스튜디오 라이브작품 ‘행위.유도적.힘’
매일 4시간 유튜브로 스?R 등 선보여
“뭔가 하게 하는 힘은 상대와의 소통”

김기석 작가는 가끔 지나가는 주민들이 문을 두드리고 무엇을 하는 것인지 물어온다고 했다. 그러면 그는 “인터넷방송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답한다.

김기석 작가는 원도심 문화창작공간 또따또가의 입주작가이며, 인터넷방송을 하는 공간은 그의 작업실이다. “작업실을 전시장으로 활용해 그 안에 인터넷방송 스튜디오를 설치했다.”

설치작품 안에 작가가 직접 들어가서 방송을 진행하면서 그 의미를 완성하는 작업이다. 이 작품의 제목은 ‘행위.유도적.힘’이다.

김 작가는 유튜브에서 ‘Kevin88’이라는 계정으로 지난 10일부터 매일 4시간씩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김 작가는 2017년부터 영상 작업을 해오다, 지난해 프로젝트 전시 ‘기능적 인간’을 계기로 설치와 인터랙티브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유튜브가 새로운 플랫폼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거기에서는 기존에 안하던 행위들도 영상으로 올린다. 직접 진짜로 인터넷방송을 하면서 어떤 힘이 그 동기로 작용하는지를 알아보고 싶었다.”

김 작가가 인터넷방송을 하는 동안 온라인에서 누군가가 그를 보고, 오프라인에서도 지나가는 사람들이 그를 본다. “나를 보는 사람과의 소통, 그것을 위해 무언가를 하게 된다. 힘은 그 사이에서 생기는 것이라고 본다”고 김 작가는 설명했다. 스?R(스쿼트) 하기, 자기 이름 쓰기, 몸으로 말하기, 게임 방송, 온라인으로 여행 떠나기 등 매일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그는 방송에서 엉뚱한 것들을 선보였다.

초보 방송인의 뜬금없는 라이브 방송 시청자가 그리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나가던 주민이 전시장 앞 전광판에 쓰인 글귀를 보고 접속해 들어와 “뭐 하시는 겁니까”를 물어올 때는 보람도 느꼈다. 그는 방송하며 느낀 점을 메모장에 하나씩 써 내려 가며 콘텐츠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도 보여줬다.

김 작가는 첫 방송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4시간 동안 스쿼트에 도전했는데 사람들이 ‘힘들겠다’ ‘그만 하세요’ 댓글을 달아주는 데 힘이 나더라. 1시간 50분 동안 스쿼트 1500개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은 시청자가 있어 가능했다. 인터넷방송에서 유도적 힘을 부정적으로 봤는데 직접 방송을 해보니 긍정적으로 바뀌어 가는 부분이 재미있었다.”

23일인 오늘 김 작가의 마지막 방송은 유튜브에서 ‘행위 유도적 힘’을 검색하면 시청할 수 있다.

글·사진=오금아 기자

ch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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