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3개월 새 3명 사망 ‘강 건너 불’ 보듯 하는 B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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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부산항 신항 한 선박 위에서 냉동 컨테이너의 플러그를 뽑으려던 작업자가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부산항운노조 제공

부산항 신항에서 최근 3개월 사이 근로자 3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러나 항만 당국은 하역작업 중 일어난 사고가 아니라는 이유를 들어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부산항만공사가 내세우고 있는 ‘사람 중심, 안전한 일터 부산항 실현’이라는 비전이 헛구호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부업체 직원 추락사 등 발생
“하역과 별개 직접 책임 없다”
경영평가 미반영에 대처 안일
안전협의체 회의도 개최 않아

부산항운노조와 부산해양수산청에 따르면 지난 15일 신항 3부두에서 트레일러 기사가 냉동 컨테이너의 플러그를 뽑으려 냉동 장치장에 진입했다가 컨테이너에 깔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한 부산항 관계자는 “들어가면 안 될 통제구역에 들어간 것이 사고 원인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외부업체가 뽑아줘야 할 냉동 컨테이너 플러그를 빨리 뽑아주지 않아 대기시간이 길어진 탓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2일에는 신항 2부두의 한 선박 위에서 하역 작업을 준비하던 근로자가 6~7m 높이에서 추락사 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올 10월 신항 1부두에서는 LED 전기 배관공사를 하던 전기기사가 27m 아래로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도 있었다.

이처럼 인명 사고가 잇따르자 항만 안전관리에 구조적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부산해양수산청을 중심으로 부산항만공사, 부두 운영사 등 20여 개 기관이 참여하는 안전관리협의체가 꾸려졌지만, 제대로 운영이 되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올 연말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각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고 대안을 수립해야 할 협의체 회의가 열리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근로자 사망사고 제로(ZERO)’를 목표로 내년도 ‘안전경영책임계획’을 수립했다고 홍보 중인 부산항만공사의 안일한 대처도 문제가 되고 있다. 부산항만공사 측은 올 4분기에 발생한 3건의 사망사고에 대해 “하역이나 검수 중에 일어난 항만사고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부산항에서 근무하는 약 1만 명 항만 근로자에게 발생한 사고가 아니라 건설·기계·장비 등 여타 업종에서 일어난 외부업체 직원 사고로, 부산항만공사의 경영평가에도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항만 안전에 필수적인 각종 유지·보수 업무들이 관리 사각지대에 방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같은 사고의 책임이 일차적으로 부두 운영사에 있다 치더라도 운영사를 관리·감독해야 할 부산항만공사 역시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부산항운노조 관계자는 “항만 내에서 일어난 사고라면 당연히 항만 근로자든 외부업체든 가리지 않고 철저한 원인 분석과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이 뒤따라야 한다”며 “사망사고 통계 기준이 다르고 평가 반영 여부가 다르다고 해서 책임을 피할 수 없고, 사고 예방과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해 항만 안전 컨트롤타워가 종합적으로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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