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46.3% “올해 자금 사정 더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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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올 때 우산 뺏는다고 하잖아요. 위기 상황에서 건전성을 높이려는 은행들의 입장도 이해하지만, 은행들이 기존 대출금을 회수하고 만기 연장을 안 해주거나 대출 한도를 더 줄일 게 뻔해요.”

국내 중소기업의 46.3%는 올해 들어 자금사정이 더 악화됐다고 응답했다. 또 ‘대출한도 부족’이나 ‘부동산 담보 부족’ ‘높은 대출금리’ 때문에 대출이 힘들었다고 했다.

중기중앙회 ‘금융 이용 실태조사’
“은행 대출 쉽지 않아 큰 애로”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1~10일 전국 510개 중소기업을 상대로 실시한 ‘2020년 중소기업 금융 이용 및 애로 실태조사’ 결과를 22일 발표했다. 올해 자금 사정이 지난해보다 다소 악화됐다는 응답은 31.2%, 매우 악화됐다는 응답이 15.1%로, 총 46.2%가 올해 자금 사정이 나빠졌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14.1%P(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자금 사정이 악화된 원인은 ‘판매부진’(87.3%·복수응답)이라고 답한 이들이 가장 많았다.

자금 조달을 위해 은행 문을 두드렸지만 대출은 쉽지 않았다고 했다. 은행 자금조달 시 애로사항에 대해 묻자 ‘대출한도 부족’(27.0%)이라고 답한 이들이 가장 많았다. 이어 ‘부동산 담보 부족’(24.1%), ‘높은 대출금리’(21.8%), ‘과도한 서류제출 요구’(21.3%) 순으로 답했다. 이 중 ‘대출한도 부족’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지난해보다 9.5%P나 증가해 상당수의 중소기업들이 유동성 위기를 맞은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로는 수도권보다 비수도권의 사정이 더 나빴다.

기업들은 코로나 사태로 상당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음에도, 은행 대출에 악영향을 끼치게 될까 ‘어렵다’는 얘기를 쉽게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이 같은 설문조사를 통해 전체적인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는 정도다.

응답자들은 중소기업에 가장 절실한 금융지원 과제로 ‘정책자금 지원 확대’(50.6%)를 꼽았다. ‘경기 불황시 중기대출 축소관행’을 개선해달라는 응답도 36.9%로 두 번째로 많았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중소기업이 유동성 위기로 쓰러지는 일이 최소화되도록 금융당국이 별도의 중기 신용평가 기준을 마련하고 대출만기와 이자상환 유예를 추가로 더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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