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균의 세상 터치] 새해, 코로나19 고통은 가고 새 희망 오게 하라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논설위원

경자년(庚子年)이 코로나19 때문에 이토록 잔인할지 점술가들조차 예견하지 못했으리라.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에서 신종 전염병이 발견됐다는 뉴스를 처음 들었을 때 한 지역에 국한된 문제로 여겼다. 잠시 시끄럽다가 이내 잠잠해질 질병으로 치부했다. 지난해 이맘때 잦은 송년·신년 모임에서 “경자년에 ‘경’사가 넘치고 ‘자’산이 늘어나길 바란다”는 둥 새해 덕담을 주고받으며 희망에 부풀었던 까닭이다.

불과 1년이 흐른 지금. 우리나라는 물론 지구촌 전체가 마스크 사용이 일상화된 사회로 급변했다. 처음 경험하는 코로나19가 몰고 온 공포 탓이다. 어떤 경우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처벌될 정도다. 미세먼지 흡입을 막기 위한 마스크 착용은 태곳적 얘기처럼 돼 버렸다. 지난 1월 20일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생기면서부터다. 올해 한국인이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코로나19인 게 틀림없다.


코로나 덮쳐 잔인했던 경자년 한 해

3차 대유행, 경제·사회적 고난 생겨

국민 어려움 속 취약계층 더 힘겨워

정부·여당 백신 대응 부실, 남 탓 일쑤

위기 극복·민생 안정에 명운을 걸고

여야 협치 이루며 새해 희망 안겨야


이 역병이 기승을 부리며 1차로 유행한 올봄. 기온이 떨어지는 가을께 코로나19가 다시 크게 유행할 것이라는 일부 전문가의 주장이 제기됐다. 대부분 사람은 설마설마했다. 성급한 걱정이라며 아예 무시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1~2차 대유행에 시달린 것도 모자라 올겨울 최악의 3차 대유행을 겪느라 사회가 마비될 지경이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기존 안보 개념과 정반대로 행동해야만 안녕이 보장될 수 있는 현실이다.

“테스 형, 세상이 왜 이래!” 추석 전날 가수 나훈아가 발표한 신곡 ‘테스 형’의 한탄조 가사는 여전히 유효하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비롯된 언택트(비대면) 시국이 경제를 꽁꽁 얼어붙게 하고 국민의 일상을 너무 팍팍하게 만들어서다. 장마철 집중호우와 태풍 피해가 겹쳐 고통을 가중했다. 졸지에 일자리를 잃거나 예전보다 살림이 쪼그라든 서민이 부지기수다. 방역을 위한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와 영업 제한 또는 금지 조치에 자영업자들은 직격탄을 맞아 절망적이다.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은 하루하루 힘겨운 삶에 짓눌려 무너지고 있다.

취업 포털 인크루트가 설문조사를 통해 지난 14일 발표한 ‘올해의 사자성어’가 코로나19에 신음하는 국민들 심정을 잘 대변한다. 조사 대상 성인 1186명이 1위로 꼽은 사자성어는 ‘우환질고(憂患疾苦)’다. 근심과 걱정, 질병과 고생을 아울러 일컫는 말이다. 2위는 몹시 힘들고 어려우며 고생스러움을 뜻하는 ‘간난신고(艱難辛苦)’였다.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영향으로 힘들고 고된 한 해를 보냈다는 의미여서 안타깝지 않을 수 없다.

더욱더 안타까운 것은 이 같은 국가적 위기를 이겨내고 민생고를 해소하는 데 정부가 무능함을 보인다는 점이다. 이번 코로나19 3차 대유행에 따라 엄청난 불편과 혼란을 동반할 거리 두기 3단계 격상의 필요성마저 대두되는 원인은 정부의 안일함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범국민적인 협조와 희생에 힘입은 K-방역의 성공을 정부 능력으로 과신하며 자만한 나머지 적극적인 대응에 실패해 국민 불안을 키웠다는 평가다. 폭발적인 확진자 증가와 병상 부족, 잇단 확진자 사망, 뒤늦은 백신 확보 대책이 부실 대응을 증명한다.

부동산 정책의 경우 정부가 그동안 20여 차례나 대책을 내놓고도 투기 근절은커녕 전국 집값과 전셋값을 폭등시키고 세금까지 올려 서민층과 무주택자들을 울린다. 지난 1월부터 시작된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 사상 초유의 다툼을 오랫동안 방치하는 바람에 경제 회복과 민생 현안 해결에 쏟아야 할 국정의 동력을 낭비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극심한 여야 정쟁과 국론 분열을 조장한 측면도 있다. 이런 과정에서 무책임하게 ‘잘 되면 내 덕, 실패는 네 탓’이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타령에 익숙해진 집권 세력이다. 오죽했으면 최근 교수 906명이 선정한 ‘올해 사자성어’ 1·2위가 나는 옳고 상대는 틀렸다는 ‘아시타비(我是他非)’, 낯이 두껍고 뻔뻔해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후안무치(厚顔無恥)’일까. “나라 꼴이 말이 아니다”란 원성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부디 신축년(辛丑年) 새해에는 정부·여당이 전향적인 자세로 피곤함에 지친 국민에게 희망과 즐거움을 선사하며 위로하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코로나19 조기 극복과 경제 성장에 최우선 방점을 둬 총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후 빚어질 미·중 마찰과 복잡다단한 남북·한미·한중 관계를 포함해 앞으로 닥칠 상황에 선제적 대비도 요구된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남은 임기 동안 국민 전체를 아우른 리더십을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 대통령의 진보·보수 구분 없는 활발한 소통도 기대한다. 이를 계기로 거대 여당이 당리당략을 앞세워 힘으로 밀어붙이는 대신에 민생 안정을 위해 야권과 협치하는 모습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kbg@busan.com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