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준비하는 매 순간이 도전…드라마 소재 확장 가능성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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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스위트홈’이응복 PD

이응복 PD. 넷플릭스 제공

“평소에 징그러운 걸 싫어하는 편이라 크리처물을 즐겨 보진 않았어요. 이번 작품을 준비한 매 순간이 도전이었죠.”

이응복 PD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스위트홈’과 함께한 시간을 이렇게 돌아봤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와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등 부드러운 로맨스물로 안방극장을 물들였던 그가 이번엔 정반대의 작품을 들고 대중 앞에 섰다. 그가 내놓은 신작 속엔 온갖 괴물이 출몰하고 선혈이 낭자하다. 코로나19 여파에 온라인 화상으로 만난 이 PD는 “‘스위트홈’은 보통 크리처물과 달라서 끌렸다”며 “새로운 걸 해보고 싶은 마음이 커서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온갖 괴물 출몰· 끔찍한 장면
미지의 존재 나오는 ‘크리처물’
새로운 장르 경험 응원에 감사

‘크리처물’은 호러물의 일종으로, 사람을 잡아먹는 괴물 혹은 미지의 존재가 나오는 작품을 말한다. 작품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은둔형 외톨이인 현수가 이사한 아파트에서 겪는 기괴한 이야기를 담는다. 동명의 인기 네이버 웹툰을 원작으로 이 PD가 새로운 시선으로 재탄생시켰다. 그는 “욕망으로 인해 괴물이 된다는 웹툰 설정이 참신했다”며 “드라마로 옮겨오면서 인간 대 괴물의 싸움을 인간 대 인간의 대결 구도로 바꿔 풀어보려고 했다”고 말했다.

평소 크리처물을 잘 보지 않는다는 이 PD는 이 작품을 기존의 장르물과 다른 결로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징그러운 걸 안 좋아한다”며 “이 작품을 단순히 크리처물로 생각하지 않았다. 한국적인 드라마 소재를 확장하는 차원에서 도전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먼저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으로 생각해 서사에도 변화를 줬단다. 이 PD는 “생존을 목표로 한 다른 아포칼립스물과 차이가 있다”며 “믿음과 우정, 가족 등의 가치가 괴물과 싸우는 데 발현되면 사람들의 반응이 어떨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인간에 관한 것이에요. 과연 괴물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죠. 어떻게 괴물을 죽이고 살아남는지보다 개인의 욕망을 들여다봤어요.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고, 무엇이 인간을 괴물로 만드는지에 관한 질문을 극 전반에 녹이고 싶었죠.”

원작에 등장하는 다양한 괴물을 구현하는 것도 관건이었다. 이응복 PD는 “원작 팬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 원작의 디자인을 최대한 반영했다. 1년 동안 구상했다”고 설명했다. 제작비는 회당 30억 원, 총 300억 원이 들었다. 미국 할리우드 특수효과팀과 미국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에 참여한 업체가 함께했다. 그는 “배우들이 괴물의 움직임을 모션 동작으로 촬영한 뒤 컴퓨터그래픽을 보태 괴물을 만들었다”면서 “직접 연근괴물을 연기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덕분에 작품 속 등장하는 근육 괴물, 거미 괴물, 눈알 괴물, 촉수 괴물 등 기괴한 형상을 가진 괴물들이 실감 나게 빚어졌다. 원작에서 인기를 끈 ‘근육 괴물’을 만들 땐 꽤나 고생을 했다고. 그는 “몸집도 큰 데다 자기 과시를 위한 특유의 미소를 짓게 하려고 정말 고생했다. 몇 달 동안 입을 찢었다가 피부톤을 바꿨다가 매 순간이 도전이었다”고 웃었다.

‘스위트홈’은 23일 기준으로 싱가포르, 베트남 등 총 8개국 넷플릭스 차트에서 1위에 올랐다. 이응복 PD는 “배경음악 등 부족한 면이 아직 많다. 하지만 첫 시도라는 점에 응원해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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