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항 근로자 잇단 사망 사고… 항만 안전관리 손 놓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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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 신항에서 최근 3개월 사이에 근로자 3명이 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 누군가의 소중한 아버지, 사랑스러운 아들이었을 그들은 아침에 출근했다 영원히 집으로 돌아오지 못 했다. 참혹한 죽음은 건조한 사건기사가 되어 신문 한 귀퉁이에 작게 실렸을 뿐이다. 지난 15일 신항 3부두에서 트레일러 기사가 냉동 컨테이너의 플러그를 뽑으려 냉동 장치장에 진입했다가 컨테이너에 깔려 사망했다. 지난달에는 신항 2부두의 한 선박 위에서 하역작업을 준비하던 근로자가 추락사했다. 10월에는 신항 1부두에서 전기 배관공사를 하던 전기기사가 27m 아래로 추락해 사망했다. 비슷한 사고로 사람이 잇따라 죽어 나가는데도 이것이 고작이었다.

비슷한 사고에 구조적인 문제 의심
원인 분석·재발 방지 대책 세워야

항만 안전관리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항만 당국은 하역작업 중 일어난 사고가 아니기 때문에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고 한다. 부산항 항만 근로자에게 발생한 사고가 아니라 외부업체 직원의 사고라 부산항만공사의 경영평가에도 반영되지 않는다고 한다. 너무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는다. 하역작업 준비는 하역작업과 상관없는 일인가. 경영평가라는 숫자놀음에 반영되지 않으면 사람이 연이어 죽어도 괜찮다는 말인가. ‘사람 중심, 안전한 일터 부산항 실현’이라는 부산항만공사의 비전이 너무도 허망하게 느껴진다. 이런 식으로 할 거면 ‘근로자 사망사고 제로(ZERO)’라는 공허한 목표로 내년도 안전경영책임계획을 수립했다고 홍보해서는 안 된다.

김용균 씨의 어머니를 비롯한 산재 유가족들은 혹한 속에서 오늘도 단식농성하면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처리를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지도부도 이 법안의 시급함을 이제는 깨닫고 신속한 처리를 약속했으니 곧 제정될 것이다. 중대재해법의 취지는 사고 발생 전에 사고를 방지하고, 사고가 발생했더라도 재발하지 않도록 해 근로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는 데 있다. 사고의 책임이 일차적으로는 부두 운영사에 있다 치더라도 운영사를 관리·감독해야 할 부산항만공사 역시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부산항만공사는 항만 근로자는 물론이고 외부업체 직원의 안전까지 온전히 책임져야 한다.

항만 내에서 일어난 사고라면 소속을 가리지 말고 철저한 원인 분석과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이 뒤따라야 한다. 부산해양수산청을 중심으로 부산항만공사, 부두 운영사 등 20여 개 기관이 참여하는 안전관리협의체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니 우려스럽다. 코로나 사태를 핑계로 지금처럼 협의체 회의가 열리지 않으면 항만 안전에 필수적인 업무가 관리 사각지대에 방치되기 마련이다. 사람의 목숨보다 중요한 일은 세상에 없다. 안전관리협의체는 사고 예방과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해 항만 안전 컨트롤타워 역할을 확실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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