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울고 싶은 자영업자들, 이웃의 눈물을 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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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구 망미중앙시장 상인 임순례 씨가 소상공인을 위해 직접 김치를 담갔다. 임순례 씨 제공

얼어붙은 경기 속에서 나눔을 멈추지 않은 소상공인의 따뜻한 마음이 주위를 감동시키고 있다. 코로나19 방역 조치 강화로 가게 문을 못 여는 노래방 업주를 비롯해 매출이 뚝 떨어진 청년 자영업자와 시장 상인까지 기부의 온정을 이어가면서 부산의 연말연시를 달구고 있다.

부산 북구의 유흥업소친목회 ‘유친회’는 5인 이상 사적모임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지자 송년회를 깔끔하게 포기했다. 대신 송년회 비용 239만 원을 북구청에 기부하며 불우이웃을 위해 써달라는 부탁을 남겼다.

유흥업소 친목회·청년 자영업자
불우이웃 성금·성품 잇단 기탁
동병상련 소상공인들에 김치도

유친회는 평소에도 지역 보육원이나 양로원 등에 비정기적으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인근 지구대에 라면 등 물품을 기부한 적도 있다.

70여 명의 영세 노래방 업주들 모임인 유친회는 코로나19로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영업을 못해 가게 임대료를 못 내는 회원도 있다.

조재연 유친회장은 “유흥업소라고 하면 다들 편견으로 바라보지만, 우리도 영세 자영업자”라면서 “하루빨리 모두가 힘을 합쳐 코로나를 극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사회에 나와 기반을 잡기도 전에 코로나19로 위기를 맞은 청년 자영업자도 선행 대열에 동참했다. 2003년 군대에서 인연을 맺은 동기들로 구성된 ‘선우회’ 회원들이 그 주인공이다. 부산 남구의 30대 자영업자 10명으로 구성된 이들은 베풀 ‘선’ 자와 도울 ‘우’ 자 이름에 걸맞게 2017년부터 해오던 기부를 멈추지 않고 있다.

선우회 회원들은 지난 15일 오후 100만 원 상당의 라면과 쌀을 구매해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했다. 선우회 오현석 회장은 “코로나19로 자영업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지만, 회원들이 따뜻한 마음을 모아준 것에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부산 수영구 망미중앙시장 상인 임순례(62) 씨는 동병상련의 소상공인을 위해 직접 담근 김치를 기부했다. 올해 코로나 사태로 주위에 월세조차 못 내는 상인을 많이 봤다는 임 씨다. 그는 지난 4일 직접 담근 김장김치 5kg 상당 총 24박스를 중소상공인 24명에게 나눠줬다. 나눔은 다시 나눔을 낳았다. 김치를 기부 받은 이들 중 일부는 이 김치를 다시 자신보다 더 어려운 장애인단체에 전달했다. 임 씨는 “코로나19로 월세조차 못 내는 소상공인이 많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기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편 한 초등학생이 일 년간 모은 저금통을 들고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찾기도 했다. 부산 남구 오륙도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김준영(10) 군은 지난 14일 생애 첫 기부를 했다. 김 군은 “평소 기부를 자주 하시는 아버지에게 나눔의 기쁨을 배웠다”며 저금통에서 꺼낸 3만 3750만 원을 기부했다.

김성현·이우영 기자 kk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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