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골든타임 놓친 靑, 5가지 장면서 스텝 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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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3대 중대 결격사유 관련 기자간담회에 입장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코로나19 백신 물량 부족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 책임론에 대해 청와대는 “백신의 정치화를 중단하라”면서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섰다. 하지만 ‘백신 확보 실기’에 대한 문 대통령 책임론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청와대와 여권의 입장을 더욱 꼬이게 만든 백신 논란의 쟁점들을 정리해 본다.

‘4월부터 확보 지시’ 알고 보니 개발 언급
문 대통령, 국산 코로나 치료제에 집착
“4400만 명분 확보” 발표도 희망에 불과
책임 회피 급급 “생산국 우선 접종 불가피”
“세계 최초 접종 필요 없다” 면피 발언만

① 문 대통령 4월부터 백신 물량확보 지시

청와대는 4월 9일부터 12월 8일까지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 및 물량 확보를 위한 문 대통령의 지시 13건을 공개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4월 9일 한국파스퇴르연구소에서 열린 ‘코로나 치료제·백신 개발 합동 회의’에서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확실히 돕겠다”고 한 것을 시작으로 문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백신 수급 상황을 챙겼다고 전했다. 9월 8일 국무회의에서는 “국립보건연구원 아래 국립감염병연구소를 신설해 백신개발 지원 등 감염병 대응능력을 높여 달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야권 등에서는 문 대통령이 마치 4월부터 적극적으로 백신 확보를 지시했다고 해명하지만 실제로는 ‘국산 백신 및 치료제 개발 지원’‘백신 안전성 우려’ 등에 대해서만 언급했다고 비판했다. 결국 “우리는 왜 화이자·모더나 등 안전성이 입증된 백신을 접종하지 못하느냐”는 국민들의 의구심에 대한 청와대의 해명이 본질을 비켜 갔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백신 문제를 챙긴 것은 10월 이후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비공개회의에서 “재정적인 것은 신경 쓰지 말고 무리를 해서라도 백신을 확보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때는 이미 화이자·모더나 등의 백신 구매 시점을 놓친 상황이었다.



② 치료제냐 백신이냐

청와대와 여권 관계자들 사이에선 몇 달 전부터 “내년 1월 시판될 국산 코로나 치료제가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것”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이러한 입장은 문 대통령의 현장 행보에도 반영됐다. 문 대통령은 10월 15일 SK바이오사이언스를 방문해 “치료제는 올해 안에 본격 생산을, 백신은 내년까지 개발 완료를 기다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달 18일 인천 바이오산업 현장을 방문에서는 “올해 말 항체 치료제와 혈장 치료제를 시장에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치료제보다는 백신으로 코로나19 확산을 막아야 하는 상황이어서 이 같은 인식에 문제점이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치료제 개발이 ‘셀트리온’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데, 이 회사의 서정진 회장이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동향이어서 잘못된 정보가 대통령에게 전달되는 배경이 됐다는 이야기까지 나돌았다.



③ “백신 4400만 명 분량 확보”

청와대는 22일 “대통령 지시로 인해 정부는 백신주권 확보를 위해 2186억 원의 예산을 지원해 왔다”면서 “4400만 명분의 해외백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시중에서는 ‘4400만 명 분량’이라는 수치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그러나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20일 “백신 구매 협상에 나섰지만 물건이 없었다. 화이자·모더나·얀센 등과 계약이 임박했으나 1분기 공급 약속을 받은 것은 없다”고 털어놨다. 정부가 과거 화이자·모더나 등에 구두 확인만으로 물량을 요청한 것을 집어넣은 ‘희망’ 수치라는 이야기가 나돈다.



④ 백신 개발국 우선 접종 불가피?

문 대통령은 ‘5부 요인 초청 간담회’에서 “백신 개발 국가에서 먼저 접종되는 것은 어찌 보면 불가피한 일”이라고 말했다. 백신 개발 국가에서부터 접종이 시작되기 때문에 기타 국가들이 시기상 다소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야당은 문 대통령의 이런 언급이 백신 확보 실패에 대한 책임 회피라고 비판했다. 싱가포르, 이스라엘, 카타르 등이 백신을 확보해 이미 접종을 시작했고, 캐나다는 인구의 2배에 해당하는 물량을 확보하는 등 백신 비생산국이 우리나라처럼 반드시 ‘후순위’는 아니라는 것이다.



⑤ "최초로 맞아야 할 이유 없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3일 브리핑에서 ‘백신 정책 실패’ 논란이 빚어진 데 대해 “우리나라가 백신을 세계 최초로 맞아야 할 이유가 없고, 먼저 접종하는 국가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한두 달 관찰할 기회를 가질 수 있어 굉장히 다행스럽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정부가 백신 확보전에 전력투구해도 모자랄 판에 ‘백신을 천천히 맞아야 한다’는 인식은 너무 안이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감염병 전문가는 “언제 우리가 접종 1등을 하자고 했느냐. 백신 확보를 잘했어야 한다고 말하는 건데 정부가 엉뚱한 핑계를 대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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