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딸 ‘7대 스펙’ 허위, 입시 시스템 믿음 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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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심 법정구속

법원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동양대 표창장 위조 등 딸 입시 관련 비리를 전부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입시 시스템에 대한 믿음과 기대를 저버렸다”며 정 교수를 강하게 질타했다. 사모펀드와 관련해서도 정 교수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특정 업체에 투자한 사실 등도 일부 유죄로 인정돼 정 교수와 조 전 장관을 둘러싼 논란이 또 한번 거세게 불 것으로 보인다.

입시 비리 관련 혐의 전부 유죄 판결
쟁점이었던 동양대 표창장 ‘위조’ 결론
동양대 강사휴게실 PC에서 흔적 발견
2차 전지업체 미공개 정보로 이익
재산 내역 은폐하려 차명 계좌 이용 등
사모펀드 관련 혐의도 일부 유죄 인정

■입시비리 ‘7대 스펙’ 모두 허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 임정엽 부장판사는 23일 정 교수에게 적용된 입시 비리 관련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유죄로 인정된 혐의는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위조사문서 작성 및 행사 △업무방해 등이다.

재판부는 “정 교수가 딸 조민 씨의 자기소개서와 표창장을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등에 제출하는 데 적극 가담했고, 입시 비리 관련 공소 사실은 모두 유죄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검찰이 ‘7대 허위 스펙’이라고 지적한 사안 모두 허위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7대 허위 스펙’은 △동양대 총장 표창장·연구확인서 △동양대 어학교육원 연구보조원 활동 확인서 △단국대 의과학연구소 인턴 활동·논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턴 경력 △아쿠아팰리스 호텔·인터컨티넨탈 호텔 인턴 증명서 △공주대 생명과학연구소 인턴 증명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확인서 등 7개다.

재판부는 정 교수가 딸 조 씨의 인턴 확인서가 허위인 점을 알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허위 서류가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알고서도 딸의 입시 혜택을 위해 묵인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정 씨가 딸 조민 씨가 단국대에서 체험활동을 하지 않았던 것을 알고 있었고, 인턴 확인서가 허위라는 것도 인식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조민 씨가 서울대 의전원에 1차 합격하고, 부산대 의전원에 최종 합격하는 혜택으로 다른 응시자들이 불합격하는 불공정한 결과가 발생했다”며 “응시자들에게 허탈감과 실망을 야기하는 등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덧붙였다.

특히 핵심 논란 중 하나였던 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위조’로 결론 내렸다. 임 부장판사는 “최성해 동양대 총장의 진술이나 어학교육원에서 근무했던 직원들의 진술 등을 종합할 때 조민 씨가 표창장을 받지 않았다는 점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정 교수가 동양대 총장 명의 표창장 등을 위조해 이를 허위로 발급받았고, 이것이 딸 입시에 혜택으로 돌아갔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확보한 동양대 강사휴게실 PC에서 표창장 위조에 사용된 듯한 여러 흔적과 파일이 발견됐다. 재판부는 조민 씨가 7대 스펙을 활용해 부산대 의전원에 최종 합격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유죄로 인정된다고 봤다.



■차명계좌, 범죄 수익 은닉도 인정

재판부는 사모펀드와 관련한 혐의는 일부 유죄로 받아들였다. 유죄로 인정한 혐의는 △자본시장법 위반(미공개 중요정보 이용)△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금융실명법 위반 △증거인멸교사 등이다.

재판부는 정 교수가 사모펀드 운용사인 코링크PE가 투자한 2차 전지업체와 관련한 미공개 정보를 미리 얻어 이익을 봤다는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유죄로 인정했다. 이와 함께 재산 내역을 은폐하기 위해 차명 계좌를 개설한 혐의(금융실명법 위반)도 유죄로 봤다.

임 부장판사는 “정 교수는 조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에 취임하면서 공직자윤리법에 따른 재산 공개 의무가 생기자 주식 등을 은폐하고 제출 의무를 면탈하려는 의도로 차명 계좌를 이용했다”면서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재산신고 등에 성실하게 임할 법적 의무가 있음에도, 재산을 늘리려 타인 계좌를 빌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하고 범죄수익을 은닉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정 교수가 허위 컨설팅 계약을 맺고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인 조범동 씨로부터 돈을 받아 횡령에 가담한 혐의는 무죄로 봤다. 정 교수가 조범동 씨와 공모해 금융위원회에 출자 약정 금액을 거짓 보고한 혐의, 자산관리인 김경록 씨를 시켜 동양대 사무실 자료 등을 은닉하도록 한 혐의 역시 무죄로 인정됐다.



■무리한 기소·수사 논란 속 결과는 유죄

조 전 장관 딸의 입시 비리 의혹과 관련, 검찰은 부산대 의전원을 비롯해 30여 곳을 동시에 압수수색하며 과잉 수사 논란을 낳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9월 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의 공소시효가 임박했다는 이유로 정 교수를 소환 조사조차 벌이지 않은 상태에서 전격 기소하는 무리수를 두기도 했다. 당시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검찰로서는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는 해석과 “전례를 찾기 어려운 과잉 수사”라는 여론이 팽팽하게 맞섰다.

하지만 검찰이 지난해 9월 정 교수를 기소한 지 1년 3개월 만에 입시 비리 혐의가 모두 유죄 판결 나면서 무리한 기소였다는 비판은 설득력을 잃게 됐다.

정 교수는 “괘씸죄를 적용한 판결”이라며 항소심에서 적극적으로 반박에 나설 의사를 밝혔다.

정 교수 측 변호인인 김칠준 변호사도 “전체 판결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지만, 특히 입시 비리 관련 혐의는 수사 과정부터 싸우고자 했던 예단과 추측들이 선고에서도 반복됐다”고 말했다.

김한수·곽진석 기자 han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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