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신춘문예-희곡 심사평]‘섬뜩하면서도 냉담한 결론’ 높은 평가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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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석

2021년 신춘문예 응모 작품을 읽어가면서 어느새 이웃들의 반응에 민감해져 있는 우리 모습을 찾아낼 수 있었다. 다수의 작품이 닫힌 방안에서 이웃들의 소리와 움직임을 감지하려는 인물들을 포착하고 있었다. 가령 층간 소음은 보편적으로 공유된 소재 중 하나였다. 이러한 현상은 아마도 코로나19로 인해 우리가 머물러야 했던 지난 1년의 경험에서 강력한 영향을 받지 않았나 싶다. 1년 동안 수감자 아닌 수감자로 살아야 했던 우리는 어느새 그동안 듣지 못했던 소리를 들어야 했고, 관심이 없었던 이웃의 존재를 민감하게 감촉해야 했다.

당선작 ‘노을이 너무 예뻐서’는 홀로 선 두 사람이 자살을 꿈꾸면서 만나는 이야기이다. 그들은 방을 나섰지만 그들이 여행한 곳은 결국 ‘고립된 닫힌 방’과 다르지 않았다. 인상적인 점은 그들이 서로를 납득시켜 삶의 의미를 되찾는 듯했다가도 결국에는 그 공유에 실패한다는 설정이다. 섬뜩하면서도 냉담한 결론이 아닐 수 없었다. 현실의 이야기가 아니기를 바라지만 이러한 전언은 분명 현실의 것이었다. 이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당선작이 되지 못했지만 ‘앵무새의 집’은 상당한 공력을 보여준 작품이었다. 다양한 사람들을 등장시키면서도 그들의 개성을 지켰고 절제된 품위도 유지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당선작과 여러 각도에서 비교가 될 정도로,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었다. ‘One Night’에서 보여준 시도는 인상적이었다. 처음과 끝을 다듬는다면, 더 좋은 희곡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가 만든 세상에서 그 세상의 또 다른 결들을 보여 준 작품을 만나는 일은 색다른 즐거움이었다. 하지만 내년에는 코로나 이후 세상을 만나기를 기대해 본다. 심사위원 김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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