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신춘문예-평론 당선 소감] 미약한 목소리 위에 내 목소리 덧대어 글 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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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정

당선 연락을 받은 날 다른 사람의 당선을 확인하는 꿈을 꿨었다. 마음껏 기뻐할 수 없었다. 돌이켜 보면, 지나온 모든 날을 의심 속에 살았다. 중대한 일들은 보잘것없는 나의 몫이 아니라 생각했다. 좋게 말하면 겸손이고, 냉정히 말하면 비겁한 회피였다. 하지만 이 글을 쓰며 겸양이라 여겼던 내 태도가 다른 이에게 상처가 될 수 있음을, 그래서 글 쓰는 이에게 겸양이 언제나 미덕인 것만은 아님을 알게 되었다. 이제 겸손이라는 말로 포장한 불신을 걷어 내고, 여전히 두렵긴 하지만 나 역시 새로운 각오를 다져보고자 한다. 이런 각오를 얻기까지 귀중한 가르침을 주신 분들이 많다. 태어나고 자란, 좋아하는 곳을 떠나지 않고도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 주신 권명아 선생님. 흐트러지는 순간마다 자애와 인내로 끝까지 이끌어 주신 김만석 선생님. 늘 당신들의 바람과 엇나가는 딸을 누구보다 가슴 졸이며 지켜보셨을 부모님. 그리고 함께 공부하는 기쁨이 무엇인지 알려주신 젠더·어펙트연구소의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아직 군데군데 서투름이 묻어난 글을 따뜻한 시선으로 보듬어 주신 김경복 심사위원님께도 머리 숙여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당선 소식을 전해 들은 날, 많은 분들께 너무 큰 축하를 받았다. 그 격려와 응원이 헛되지 않도록, 앞으로도 소란한 세상 속 미약하게나마 목소리를 내는 존재들을 감지하며 그들의 목소리 위에 내 목소리를 덧대어 글을 써 나가고 싶다.



약력: 1996년 부산 출생, 동아대학교 한국어문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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