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한파… 극장가 ‘연말 대목’도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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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영화계 결산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한국 영화 산업에서는 새로운 경향이 나타났다. 대작이 아닌데도 2달 이상 장기상영하는 영화가 다수 나왔다. 장기상영한 영화 중 하나인 ‘#살아있다’ 스틸컷. 부산일보DB

극장가 풍경이 스산하다. 연말 특수는 커녕 재개봉이나 특별상영만 가득한 게 현재 한국 극장의 현실이다. 지난해 국민 1인당 극장 방문 횟수 전 세계 1위를 자랑하던 한국마저 코로나 팬데믹 앞에 무릎을 꿇었다.

신작 OTT 플랫폼 공개 속출 속
올해 재개봉작, 5년 만에 최다
장기상영 영화 이례적으로 많아

■‘라라랜드’ 개봉 4년 만에 1위

24일 한국 최대 멀티플렉스 CGV에 따르면 오는 31일부터 음악영화 ‘라라랜드’(2016) ‘비긴어게인’(2004)을 재개봉한다. 지난 17일 CGV는 재개봉 특별관인 ‘별★관’을 전국에 오픈했고, 이번 특별전 역시 ‘별★관’에서 상영한다.

데이미언 셔젤 감독이 연출하고 라이언 고슬링, 엠마 스톤 주연의 ‘라라랜드’는 2016년 개봉 이후 한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으로 누적 관객 수는 374만 명에 달한다. 이 영화는 올해만 해도 벌써 3번째 재개봉이다.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라라랜드’는 올해 3월 25일 127개관에서 처음 재개봉했고, 4월 15일 다시 전국 247개관에서 관객과 만나, 4월 26일이 되면서 전국 387개관에서 상영했다.

재밌는 점은 이 영화는 2016년 12월 첫 개봉 당시 국내 박스오피스 최고 순위가 2위(2016년 12월 7~13일 등)였는데, 4월 재개봉 당시(2020년 4월 17~25일)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는 사실이다. 재개봉한 영화가 4년 만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아주 이례적인 사건이다.

올 4월은 영진위가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 이후 최저 관객 수(97만 2572명)를 기록한 최악의 달이어서, 재개봉작이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를 수 있었다.



■2020 경향-재개봉, 장기상영, OTT

영진위 ‘2020년 한국 영화산업 가결산’에 따르면, 월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5000명 이상이면 그다음 달 관객 수는 전월 대비 50% 이하로 감소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지난 3월 5560명의 확진자가 나왔고, 다음 달 극장에 발걸음을 옮기는 관객이 3월 대비(183만 4722명)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때 개봉한 영화도 없었을뿐더러, 멀티플렉스 극장 휴업도 이어졌다.

올해 재개봉작은 250편으로 최근 5년간 최다이자, 지난해(95편)와 비교해도 2.5배나 늘어난 수치다.

2020년 극장가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재개봉과 더불어 장기상영하는 영화가 많이 나왔다는 점이다. 극장 체계가 멀티플렉스로 재편되면서 웬만한 인기 대작이 아니고서는 장기 상영이 쉽지 않은 구조였는데, 코로나19로 인해 2달 이상 전국 극장에 걸리는 작품도 다수 나왔다. 한국 영화로는 ‘#살아있다’ ‘오!문희’, 외화로는 ‘1917’ ‘테넷’이 대표적이다.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대표적인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인 넷플릭스 공개를 택한 영화도 속출하고 있다. 올 4월 해외 배급 계약과 맞물려 논란이 됐던 ‘사냥의 시간’을 시작으로 영화 ‘콜’, 영화 ‘차인표’, 제작비 240억 원의 SF 블록버스터 ‘승리호’도 넷플릭스와 계약을 마쳤다.

올 9월 베니스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박훈정 감독의 ‘낙원의 밤’도 넷플릭스 공개를 확정해 장르, 내용과 관계없이 넷플릭스가 웬만한 미개봉작을 빨아들이는 모양새다.

한동안 이런 흐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OTT 시장은 2020년 7801억 원 규모로, 2017년부터 매년 1000억 원 이상 성장하고 있고, 앞으로 더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극장가는 그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맞고 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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